대리구장 강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 (2019.9.22.10:30, 성야고보 성당,견진)

 

존경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께서는 늘 여러분과 함께하시면서 여러분이 힘든 삶속에서도 나름의 의미와 행복을 느끼시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오늘은 한국의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대축일입니다. 중국(中國) 북경(北京)에서 이승훈(李承熏)이 세례를 받고 귀국한 것이 1784년입니다. 그 때가 이 땅에 그리스도교의 교회가 공식적으로 시작된 해입니다. 하지만 그 이듬해인 1785년부터 종교에 대한 박해가 시작되고 1882년 조선의 정부가 미국과 수호조약(修好條約)을 맺기까지 약 100년 동안 박해는 지속되었습니다. 이 기간 본격적인 박해로서 1791년 신해박해부터 1866년 병인박해까지 참수(斬首) 혹은 옥사(獄死)로 순교한 분들의 수가 만(10,000) 명이 훨씬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불과 120년 전까지 우리 순교자들은 온갖 잔인한 형벌을 받고, 비참하게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그 유족들은 관비(官婢)라는 종의 신분으로 살아가야 했습니다.

 

당시 100년의 박해 기간에 교우들은 박해를 피해 전국의 산골로 옮겨 다니며 숨어 지낼 수밖에 없는 처지였습니다. 그래서 1801년 신유박해 이후 충청도와 전라도 지역의 교우들이 박해를 피해 경북으로 피신했고, 경북의 대구,칠곡,성주 방면의 교우들은 낙동강 유역의 김해,양산,밀양 등지로 다시 피신했고, 안동과 청송 교우들은 경주,동래,울산,기장 등의 깊은 산중으로 피신했다고 합니다. 1839년 기해박해와 1846년 병호박해 이후에 더 많은 교우들이 부산,언양지역으로 피해 숨어 살게 됩니다. 이런 배경 하에서 우리 울산대리구의 첫 공소라고 할 수 있는 간월공소와 죽림굴로 알려진 대재공소 그리고 살티공소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간월공소는 작천정 뒤 산위에 있었는데 1860년 경신박해로 해체되었고, 죽림굴인 대재공소는 1866년 병인박해 때 폐쇄됩니다. 대재공소에는 오늘 병영성지의 자리인 옛 울산 장대에서 순교하신 허인백,이양등,김종륜 세 분의 복자가 숨어서 신앙생활을 한 곳입니다. 대재 공소가 폐쇄되고 난 뒤 교우들은 살티 지역으로 숨어서 지내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 울산 지역 교회 역시 100년의 박해시절을 견뎌냈습니다. 그 이후 언양 성당이 설립되면서 언양성당의 많은 공소 중에 하나로 출발했던 울산성당과 경주성당에 의해서 울산과 경주 지역까지 신앙이 전파되었던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 울산 대리구의 교회역사도 순교자들과 직접 순교하지 않았지만 현실의 고통과 시련의 겪어낸 교우들의 굳은 신앙 덕분에 튼튼한 성장의 뿌리가 생길 수 있었습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신앙을 위하여 신앙 때문에 목숨까지 바치신 순교자들의 그 신앙의 비추어 우리 자신의 나약하고 부족한 신앙의 삶을 성찰하게 하는 말씀들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오늘 1독서는 지혜서의 말씀으로서, 의인은 이 세상에 살면서 오직 이 세상의 삶에만 희망을 두고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나라를 바라보며 사는 사람이기에 현실의 고통과 시련을 이겨낼 수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독서의 로마서는 이런 말씀을 전해줍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헐벗음입니까?위험입니까?칼입니까?,...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복음말씀은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오늘 독서와 복음말씀은 오늘을 사는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이렇게 묻고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과연 오늘 독서와 복음말씀처럼 이 세상에 살면서 이 세상의 것에만 집착하는 그저 세속적인 사람이 아닌, 하느님 나라도 바라보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살고 있습니까? 그래서 이 세상의 삶이 힘들고 고통스럽기에 혹은 세상을 쉽고 편하게 살기위해 가끔 신앙을 포기하고 싶을 때에, 우리는 삶에 참된 의미와 행복을 주시는 예수님과 하느님의 사랑을 결코 포기할 수 없음을 자신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으로 살고 있습니까? 우리는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날마다 우리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서 자기 십자가를 지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고 있습니까?

 

이제 여러분의 공동체에서 몇 분이 견진성사를 받게 됩니다. 견진 성사를 받게 되실 분은 이마에 십자가 표시를 통해 성령 특은의 인호를 받게 됩니다. 따라서 견진성사를 받게 되는 분은 이미 세례 때 받은 성령의 의미가 더욱 분명해지고,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의 의미도 더욱 확신에 차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견진성사를 함께하는 이미 견진을 받으신 교우들은 견진 때 다짐한 믿음에 기초한 그리스도인의 삶의 자세를 다시 새롭게 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우리 자신의 세례와 견진 때 하느님 앞에서 서약한 믿음의 삶에 얼마나 충실하게 살았는지? 오늘 독서와 복음말씀대로 살고 있는지를 생각하면서 견진성사를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존경하는 교우 여러분! 9월 순교자 성월이 다 가기 전에 다시 한 번 순교자의 삶을 통해 우리 자신의 신앙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오늘 견진 성사를 통해 우리 자신이 받았던 견진성사의 은총, 특별히 성령의 은사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 여러분 안에 여러분과 함께 계시면서 여러분의 삶이 의미 있고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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