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장 강론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은 신앙의 선조들처럼 하느님께서 하신 약속을 끝까지 믿고 따를 수 있느냐?

다해 연중 19 주일 강론

(2019.8.11.11:00,우정 성당)

 

존경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한 주일 동안 열심히 사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리는 각자 자기에게 주어진 일, 직장인은 직장에서 주부는 가정에서 또 현역에서 물러나신 어르신들은 각자의 처지에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주님께서는 늘 여러분과 함께하시면서 여러분이 힘든 삶속에서도 나름의 의미와 행복을 느끼시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을 관통하는 물음은 비록 우리가 처한 현실이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그리스도인은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어떤 용기와 힘이 있는 것인가?’ ‘과연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은 신앙의 선조들처럼 하느님께서 하신 약속을 끝까지 믿고 따를 수 있느냐?’입니다. 이 물음에 1독서와 2독서 그리고 복음은 각각 처한 상황에서 그 답을 주십니다. 그 대답은 우리 신앙의 핵심 키워드인 믿음입니다. 저는 때로 이 믿음이라는 말 앞에서 여전히 머뭇거릴 수밖에 없고 항상 부족함을 느끼는데, 여러분은 어떠하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너무 쉽게 말하면서도 항상 부족한 것이 바로 이 믿음인 것 같습니다.

 

1독서인 지혜서는 예수님 탄생 전 100년 채 안되었을 때 그들의 고국인 팔레스티나 밖 로마제국 곳곳에 흩어져 살던 유다인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위해 쓴 것입니다. 그러니 그들은 그들보다 교육을 많이 받은 이교인들 속에 살면서 믿음의 생활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무래도 믿음이 부족한 젊은 그리스도인들은 이교인들의 생활방식에서 많은 영향을 받으면서 그리스도인의 삶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혜서 저자는 자랑스러운 선조들의 믿음의 역사를 통해서 하느님께서 과거 자기 조상들에게 하신 일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해방의 날 밤이 저희 조상들에게는 벌써 예고되었으니 그들이 어떠한 맹세들을 믿어야 하는지 확실히 알고 용기를 가지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바로 그 유명한 첫 파스카(과월절)의 사건을 상기시키는 말씀입니다. 하느님께서 이 사건을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을 어떻게 이끄시고 해방시키셨는지를 다시 확인시켜주면서 더욱 굳건한 믿음의 생활을 요청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음은 2독서인 히브리서입니다. 오늘 히브리서는 예수님 탄생 후 70년경(예수님 죽음과 부활 후 40년경)다양한 그룹의 그리스도인이 된 유다인들을 위해 쓴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당시 그리스도인이 된 유다인들은 기존 대다수인 유다인들로부터 자기 선조들의 믿음을 배신한 자들로 비난과 박해를 받았고, 또 이교도들에게는 비웃음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들은 살던 곳을 떠날 수밖에 없는 딱한 처지에 내몰리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 중 믿음이 부족한 사람들은 그리스도인이 된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갖기도 했을 것입니다. 히브리서는 바로 이런 믿음이 부족한 그리스도인이 된 유다인, 그래서 다시 유다교로 되돌아갈 유혹을 받고 있는 이들에게 선조들의 본보기로써 아브라함의 믿음을 상기시켜주고 있습니다.“믿음으로써 아브라함은 장차 상속 재산으로 받을 곳을 향하여 떠나라는 부르심을 받고 그대로 순종하였습니다. 그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떠난 것입니다.” 오늘 2독서는 모든 문장을 믿음으로써라고 표현하면서 신앙의 선조인 아브라함의 믿음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복음말씀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내용입니다. 루카 복음은 히브리서와 같은 시기에 작성한 것으로 이전 이교도에서 개종한 그리스도인을 위해 쓴 것이죠. 오늘 복음의 내용은 성령강림 후 대부분의 그리스도인처럼 예수님의 두 번째 오심을 확신했고, 그래서 곧 예수님이 다시 오셔서 그들을 하늘나라고 데려가시기를 기대하고 있었던 상황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다시 오시지 않았고, 오히려 그들이 당면한 현실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으며 살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많은 이가 재산을 잃었고, 또 감옥에 갇히거나 죽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그리스도인은 예수님 오심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믿음까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그리스도인(이교도에서 개종한 그리스도인)들에게 용기를 주고 믿음을 강하게 하기 위해 루카는 오늘 복음의 내용을 쓴 것입니다.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이 말씀의 의미는 예수님께서는 반드시 오실 것이고 곧 오신다는 것입니다. 다만 오시는 그 시간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질지는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이고, 오직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주님 오심은 우리들이 언젠가 맞이하게 되는 개인적 죽음의 때에 분명히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주님을 기다리는 우리의 자세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기다리는 사람처럼주님이 언제 어떻게 오시든지 잘 준비된 사람으로서 항상 흔들리지 않은 믿음으로 성실히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느님께서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사실을 깨닫는 사람입니다. 제자들이 작은 배를 타고 갈릴래아 호수를 건너고 있을 때 갑자기 큰 바람이 불어 배가 뒤집힐 지경에 처해졌을 때, 겁에 질려있는 제자들 앞에 예수님께서 나타나셔서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렇듯 예수님께서는 예상치 못한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적어도 믿음이 있다면 우리는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심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믿음이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에게 미래를 약속하신 하느님께 전적인 신뢰를 갖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처럼 말입니다. 언젠가는 그 약속이 성취되고 그 말씀이 이루어지리라 믿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충실하게 살아가려고 애쓰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사람의 아들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우리에게 오신다니 항상 정신을 바짝 차려 준비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습니까? 이것이 오늘 성경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말씀의 의미입니다.

 

존경하는 교우 여러분! 마지막 무더위가 될 수 있는 이번 한 주일 건강조심하시고, 오늘 독서와 복음의 말씀이 우리의 삶에 의미를 주는 살아있는 말씀이 될 수 있도록 우리 각자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는 살아있는 당신의 말씀으로 여러분 안에 여러분과 함께 계시면서 여러분의 삶이 더욱 의미와 행복을 느끼시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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