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장 강론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다해 연중 17주일 강론

(2019.7.28.11:00, 무거성당)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한 주일 동안 열심히 사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리는 각자 자기에게 주어진 일, 직장인은 직장에서 주부는 가정에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주님께서는 늘 여러분과 함께하시면서 여러분이 힘든 삶속에서도 나름의 의미와 행복을 느끼시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을 관통하는 물음은 기도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기도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어떤 내용으로 기도해야 하는지? 입니다. 이런 물음에 복음은 예수님께서주의 기도로서 그 대답을 주십니다.

 

1독서는 아브라함의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을 막기 위한 간절한 기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독서는 바오로 사도가 콜로새 공동체의 일치를 위해 하느님께서 우리의 모든 잘못을 용서하셨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기도의 본보기로서 주의 기도를 알려주시면서 기도는 어떻게, 어떤 내용으로 해야 참된 기도가 되는지를 가르쳐주고 계십니다.

 

오늘 복음에 보면 제자 중 한 사람이 예수님께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하고 말합니다. 당시 유다인은 당연히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가정이나 율법교사 등을 통해 배웠을 것이고, 배운대로 기도 생활에 충실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제자가 왜 예수님께 기도하는 것, 기도하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을까요?

 

아마도 제자의 기도방법과 예수님의 기도하시는 방법이 달랐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싶어요. 물론 예수님께서 그것을 아시고 너희는 기도할 때 이렇게 하여라하시며 기도의 모범으로 주의 기도’(마태오는 우리가 알고 있는 긴 주의 기도, 루카는 짧은 주의 기도)를 알려주셨습니다.

 

우리는 오늘 주의 기도의 의미를 깊이 들여 보면서, 예수님께서 왜 기도의 모범으로 주의 기도를 알려주셨는지 그 의미를 깨닫도록 하십시다. 주의 기도는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앞부분은 하느님께 대한 찬미, 뒷부분은 인간의 기원을 담고 있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

 

바로 앞부분의 하느님께 대한 찬미부분입니다.

 

우선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호칭은 당시 유다인의 기도문에서 결코 찾을 수 없는 것으로 예수님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지어내신 창조주로서 아버지가 되신 것이다. 아버지라는 칭호는 사랑의 친밀성을 의미합니다. 이제 우리도 예수님처럼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게 된 것은 우리가 예수님과 형제가 될 수 있는 것이고, 더 나아가 우리 모두 하느님의 자녀들임을 말하는 것입니다. 물론 예수님이 아들이심은 하느님과 본질이 같은 분으로서 본연의 아들이십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들 또 자녀가 됨은 친아들인 예수님과의 친교와 일치를 통해 아들다움 또는 자녀다움을 유지해야 가능함을 의미합니다.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고,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임하게 하는 것)’. 구약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원래 이스라엘에서 하느님의 이름은 결코 소리 내어 부를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수많은 다른 신들의 이름 가운데 하나로 격하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가 하느님 아버지의 이름을 부를 수 있음으로, 우리 인간이 하느님과 관계를 맺고 말씀을 건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하느님께서는 어떤 모양이로든지 우리 인간이 이해하는 방식으로 당신을 드러내어 보여주신다는 것을 의미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느님의 권위를 보존하면서 하느님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느님의 나라는 우리가 다스리는 나라가 아닌 하느님께서 다스리는 나라. 하느님의 뜻이 실현되는 나라입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예수님께서는 항상 혼자 조용한 곳에 가셔서 기도하셨습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기도를 어떻게 하셨는지 알 수 없지만, 친히 가르쳐 주신 주의 기도의 전반부 내용은 아마도 당신께서 항상 하신 기도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주의 기도 두 번째 단락을 볼까요?

 

날마다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도 용서하오니

저희의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의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이 부분은 예수님께서 당신이 평소에 바치신 기도라기보다는 우리들의 구체적인 삶과 관련된 내용으로 우리 인간의 기원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를 위한 기도내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말마디는 저희입니다. 저희는 번역할 때 우리의 겸양어로서 표현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께서는 가르쳐 주신 기도는 나를 위한. 나만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우리를 위한 기도를 가르쳐주셨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 각자는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같은 하느님의 자녀로서 함께 살아야 함을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함께 사는 우리,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기도하라고 하십니다.

 

말하자면 나에게 일용할 양식이 아닌 우리에게 일용한 양식을 주시라고 했습니다. 양식은(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재물, 재산) 우리 인간의 노력만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닌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주어지는 것이니, 그것을 나만 독점 독식해서는 안 되고 나눌 수 있어야 또 다른 사람도 그 양식을 얻을 수 있도록 기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나에게 잘못한 이를 나도 용서하오니 나의 죄를 용서하시고가 아닙니다.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우리도 용서하오니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라고 했습니다. 이 기도 내용은 하느님 아버지의 거룩함에 비추어 우리 모두 죄인으로 용서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고백하는 기도입니다. 이 세상에는 많은 죄가 있습니다. 나의 죄도 있고, 세상의 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의 죄를 깊이 들여 보면 나의 죄는 모든 세상의 죄들과 밀접한 관계있습니다. 그래서 나의 죄의 용서받음을 위해서도 노력할 뿐 아니라,당연히 우리 모두의 죄인 세상의 죄가 줄어들고 없어질 수 있도록 애써야 하는 것입니다. 용서는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는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세상의 죄는 단죄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용서를 통해서 진정으로 약해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가 아닙니다.‘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라는 기도입니다. 우리들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하느님 아버지와 멀어지게 하는 유혹들이 올 때 우리의 힘만이 아닌 하느님 아버지께서 함께 이길 수 있게 해주소서하는 기도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유혹들을 체험합니다. 물밀 듯이 밀려오는 수많은 세상의 세속적인 가치들이 그렇고, 내 안에서 끊이지 않는 인간적 욕망들이 우리를 유혹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혹들은 우리들이 서로 관계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하고 기도하라고 하신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 기도의 모범인 주의 기도를 통해서 하느님께 청하는 우리 기도의 내용은 나만을 위한 기도가 되어서는 안 되고 우리의 기도가 되어야한다고 가르치십니다.

 

하지만 실제 우리가 바치는 기도를 반성해보면, 우리 기도 내용은 거의 대부분 나만을 위한 기도(나의 건강,나의 가족:부모,자식)입니다. 우리 가족이 잘 살게 해주시고, 아프지 않게 해주시고... 나의 죄를 용서하시고... 모두 나를 위한 기도뿐입니다. 야고보서 44절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청하여도 얻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욕정을 채우는 데 쓰려고 청하기 때문입니다.”이 말씀처럼 오직 나 자신, 내 가족만을, 나만 잘 살기 위한 기도를 하느님께 바친다면 하느님께서 그 기도를 들어주시겠습니까? 우리 자신의 기도가 진정으로 우리를 위한 기도가 될 때 결국 참된 의미의 나 자신을 위한 기도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기도를 하지 않고 결코 신앙인으로 살 수 없습니다. 기도는 하느님이라는 기둥에 나를 묶어두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도를 통해서 우리는 하느님과의 관계를 통한 나의 삶의 중심을 잡고 이 험난한 세상의 파도를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항상 기도를 통해 성부의 뜻을 확인했고, 일생을 성부의 뜻대로 사셨듯이, 우리도 기도를 통해 성부의 뜻을 묻고 성부의 뜻대로 살기위해 노력 주님이 원하시는 완성된 삶을 향해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도해야 합니다. 하되 오늘 예수님께서 알려주신대로 나 자신을 위한 기도가 아닌 우리를 기도를 기도가 될 때 주님께서 더욱 함께해주실 것입니다.

 

존경하는 교우 여러분! 이번 주 한 주일 살아가면서 오늘 예수님께서 알려주신 참된 기도의 내용을 깊이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우리 자신의 기도에 대한 반성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 여러분 안에 여러분과 함께 계시면서 여러분의 기도가 우리의 기도가 되고, 그런 기도를 통해 여러분의 삶이 더욱 주님과 일치해지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아멘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0 2019.08.04[명촌성당미사] 연중 18주일(다해)강론 울산대리구청. 2019.08.05 11
» 2019.07.28[무거성당미사] 연중 17주일(다해)강론 울산대리구청. 2019.08.05 16
108 2019.07.21[전하성당미사] 연중 16주일(다해)강론 울산대리구청. 2019.07.22 18
107 2019.07.14[성바오로성당미사] 연중 15주일(다해)강론 울산대리구청. 2019.07.16 9
106 2019.07.07 [옥동성당미사] 연중 14주일(다해)강론 울산대리구청. 2019.07.08 22
105 김영규 안셀모 대리구장 취임사 울산대리구청. 2019.06.24 31
104 19. 03. 25.일 월요일 [대리구미사]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울산대리구청. 2019.03.26 39
103 2019. 03. 04. [대리구미사] 연중 제8주간 월요일 또는 성 가시미로 울산대리구청. 2019.03.04 27
102 2019. 02. 25. [대리구미사] 연중 제7주간 월요일 울산대리구청. 2019.02.25 21
101 2019. 02. 18. [대리구미사] 연중 제6주간 월요일 울산대리구청. 2019.02.18 30
100 2019. 02. 11. 월요일[대리구미사] 연중 제5주간 월요일 또는 루르드의 복되신동정마리아(세계병자의날) 울산대리구청. 2019.02.12 27
99 019,.01. 21. 월. [대리구미사] 성녀 아녜스 동정순교자 기념일 울산대리구청. 2019.01.21 24
98 2019. 01. 14. [대리구미사] 연중 제1주간 월요일 울산대리구청. 2019.01.15 19
97 2019. 01. 07. 월요일[대리구미사] 주님공현대축일 후 월요일 울산대리구청. 2019.01.10 32
96 2018. 12. 31. 월요일 [대리구미사] 성탄 팔일 축제 제7일 울산대리구청. 2019.01.02 17
95 2018. 12. 17. [대리구미사] 울산대리구청 2018.12.17 16
94 2018. 11. 05. [대리구미사] 연중 제31주간 월요일 울산대리구청 2018.11.06 40
93 2018. 10. 29. [대리구미사] 연중 제30주간 월요일 울산대리구청 2018.10.30 16
92 2018. 10. 15/ 월요일[대리구미사]예수의성녀데레사 동정학자기념일 울산대리구청 2018.10.15 36
91 2018. 10. 15/ 월요일[대리구미사]예수의성녀데레사 동정학자기념일 울산대리구청 2018.10.15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