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장 강론

연중 14주일(다해) 강론 자료

(2019.7.7 옥동성당10시 미사)

그리스도인은 어떤 존재이며,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한 주일 동안 열심히 사느라 수고 많으셨지요?

요즘 참으로 여러 면에서 제대로 살아내기 힘든 그런 일들이 많습니다.

이런 우리를 주님께서 그래도 오늘 이 자리에 참 잘 왔다고 환영하시며 따스하게 바라보고 계십니다.

 

우리 각자는 자기에게 주어진 삶의 자리인 직장과 가정과 사회 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최선을 다해 왔을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여러분과 함께하시면서 여러분의 힘든 삶을 축복해주시고 여러분 안에서 자주 하느님의 일을 이루시면서, 여러분이 행복을 간직하게 되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을 읽고 들으면서 여러분은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또 여러분 마음에 어떤 질문이 떠오릅니까? 저는 여러분에게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지금, 여기, 이 세상, 울산이라는 이 지역사회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그것이 여러분에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우선 바오로 사도가 말씀을 통해서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속으로 들어가 보십시다. 그리스도인은 누구이며, 또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는 사람들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오늘 제2독서는 갈라티아라는 지역에 살던 그리스도인의 공동체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바오로 사도의 생각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문제란 다름 아닌, 전에 이교인이었다가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인이 된 사람들이 구원받기 위해서는 모세의 법, 특히 할례법을 지켜야 한다는 잘못된 주장으로 인해서 공동체에 분열이 생긴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바오로 사도는 아주 강력하게 그 잘못된 주장을 비판하면서 그리스도인은 세례를 통해 성령 안에서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난 새로운 창조물이기에, 옛 법에 사로잡힐 그 어떤 필요도 이유도 없다고 단언하면서, 그리스도인은 바로 그리스도께 속한 존재임을 강조하였습니다. 나는 예수님의 낙인을 내 몸에 지니고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 낙인이 무엇입니까?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낙인인 십자가는 예수님에게는 무엇이었을까요?

 

제가 좋아하는 현시대의 여러 영성가 중에 스위스 출신인 모리스 젱델 신부님이 계십니다. 1975년에 돌아가셨습니다만 그분의 피정강론이 책(<감탄과 가난>2018 성바오로출판사)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분은 자주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누가 내게 하느님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먼저 인간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봅시다.’라고 대답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그 언급 속에서 예수님의 낙인을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예수님의 낙인인 십자가만큼 예수님을 잘 설명해주는 것이 없습니다. 사람을 끝까지, 자기의 목숨을 바쳐서까지 사랑하신 하느님이 바로 예수님이시고, 그 표지가 바로 십자가상의 죽음인 것입니다. 그러기에 하느님이 누구신가를 아는 길은 그가 목숨 바쳐 사랑한 존재가 바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 예수님의 십자가는 자유를 억압하는 구속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을 옥죄는 옛 법에서 해방시키는 참 자유와 구원의 표시입니다. 더 나아가 이렇게 예수님의 십자가로부터 우리가 자유를 얻어 누리게 되었음을 알 때, 우리는 비로소 나와 같은 너인모든 이에게 평화와 자비를 전하고 나누는 제자로 살아가게 됩니다.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인이란 세상의 잘못된 관습이나 세속적 가치관을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생명을 가진 존재임을 알려줍니다. 바로 이런 존재이기에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복음에 의해 스스로 복음화 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며, 나의 복음화로 오는 그 행복을 사람들에게 전해주면서 타인의 복음화를 향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는 제자인 그리스도인이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다 더 분명하게 일러주십니다.

 

예수님의 시대인 옛날역시 지금처럼 세상이 참으로 만만치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예수님께서 제자를 세상에 파견하시면서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 같다고 말씀하신 것이 아닙니까? 맞습니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세상도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마치 세상은 굶주린 이리 떼들로 둘러싸여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누구든지 잠시라도 정신차리지 않으면 이리 떼들로부터 공격당해 살아남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험난한 세상이라도, 그리스도인인 제자들의 기본 삶의 자세는 어떤 인간적인 능력, 학식, 재물 등의 세속적 가치에 전적으로 기대어 살아갈 수 없는 것은 분명합니다. 물론 세속적인 것들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수단과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만, 그것이 내 삶의 중심이요 모든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스도인인 우리 삶의 중심은 세속적 가치를 그래도 뛰어넘는 그 무엇인가가 있어야 험난한 이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글자 그대로 돈주머니도 여행보따리도, 신발도 하나도 지니지 말고먼 길을 떠날 수는 없지만, ‘그리스도인이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과 가치관을 삶의 중심이요 잣대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과 가치관을 재물과 능력과 학식으로 바꾸면 안 된다는 점을 자주 기억하며 살아갈 때, 우리는 비로소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내면의 진정한 자유와 해방을 맛볼 수 있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에게 참된 평화와 사랑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집에 들어가든지 누구에게나 평화를 빌어줄수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은 제자들을 세상에 파견하시면서 단순한 선교의 사명만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예수님은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신 것입니다. 바로 당신을 따르는 그리스도인은 어떤 존재인지,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지를 선포하신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과 가치관을 삶의 중심잣대로 삼는 사람입니다. 바로 그 때문에 스스로 내면의 자유와 해방을 간직할 수 있고, 그래서 그 내적인 힘으로 다른 사람에게 평화와 사랑을 나누는 삶을 살아갑니다.

 

올해의 시간이 중반을 넘어섰고, 이제 나머지 반을 시작한 지금 우리는 연중14주일의 독서와 복음말씀을 통해 그리스도인이 누구인지,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다시금 질문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누구입니까? 우리는 그리스도인입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이 세상을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0 2019.08.04[명촌성당미사] 연중 18주일(다해)강론 울산대리구청. 2019.08.05 11
109 2019.07.28[무거성당미사] 연중 17주일(다해)강론 울산대리구청. 2019.08.05 16
108 2019.07.21[전하성당미사] 연중 16주일(다해)강론 울산대리구청. 2019.07.22 18
107 2019.07.14[성바오로성당미사] 연중 15주일(다해)강론 울산대리구청. 2019.07.16 9
» 2019.07.07 [옥동성당미사] 연중 14주일(다해)강론 울산대리구청. 2019.07.08 22
105 김영규 안셀모 대리구장 취임사 울산대리구청. 2019.06.24 31
104 19. 03. 25.일 월요일 [대리구미사]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울산대리구청. 2019.03.26 39
103 2019. 03. 04. [대리구미사] 연중 제8주간 월요일 또는 성 가시미로 울산대리구청. 2019.03.04 27
102 2019. 02. 25. [대리구미사] 연중 제7주간 월요일 울산대리구청. 2019.02.25 21
101 2019. 02. 18. [대리구미사] 연중 제6주간 월요일 울산대리구청. 2019.02.18 30
100 2019. 02. 11. 월요일[대리구미사] 연중 제5주간 월요일 또는 루르드의 복되신동정마리아(세계병자의날) 울산대리구청. 2019.02.12 27
99 019,.01. 21. 월. [대리구미사] 성녀 아녜스 동정순교자 기념일 울산대리구청. 2019.01.21 24
98 2019. 01. 14. [대리구미사] 연중 제1주간 월요일 울산대리구청. 2019.01.15 19
97 2019. 01. 07. 월요일[대리구미사] 주님공현대축일 후 월요일 울산대리구청. 2019.01.10 32
96 2018. 12. 31. 월요일 [대리구미사] 성탄 팔일 축제 제7일 울산대리구청. 2019.01.02 17
95 2018. 12. 17. [대리구미사] 울산대리구청 2018.12.17 16
94 2018. 11. 05. [대리구미사] 연중 제31주간 월요일 울산대리구청 2018.11.06 40
93 2018. 10. 29. [대리구미사] 연중 제30주간 월요일 울산대리구청 2018.10.30 16
92 2018. 10. 15/ 월요일[대리구미사]예수의성녀데레사 동정학자기념일 울산대리구청 2018.10.15 36
91 2018. 10. 15/ 월요일[대리구미사]예수의성녀데레사 동정학자기념일 울산대리구청 2018.10.15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