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190호 2012.1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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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장재봉 신부 |
29세 여자입니다. 늘 지고 양보하고 남을 배려하며 살았습니다. 타협적이고 주체성 없는 모습이라서 싫습니다. 이름 탓은 아니겠지만 새로 시작하는 의미에서 바꾸고 싶은데, 신부님께서 지어주실 수 있나요?
장재봉 신부(활천성당 주임) gajbong@hanmail.net
그 동안 늘 상대에게 맞춰주려 애쓴 일들이 후회되고 속상하다니, ‘어찌할꼬’ 싶습니다. 주님께서는 “무슨 일을 하든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려고 애쓰는”(1코린 10, 33) 삶을 최고로 어여뻐 하신다는 걸 모르시는지요. 저로써는 딱 잘라, 자매님의 ‘개명’을 두 손 들고 말릴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작명가도 아니거니와 그리스도인은 ‘이름 때문에’ 삶이 좌지우지 될 것이란 ‘헛된 생각’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자매님의 이름자에서는 아버님의 깊고 큰 사랑의 축원이 고스란히 담긴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름자를 두루 곱씹으시다 마침내 ‘좋다’고 결정하시는 아버님의 환한 얼굴도 떠올랐습니다. 어여쁜 속뜻을 찾고 어여쁜 어감을 두루 살펴 고르고 골라 지으신 마음이 살펴졌습니다. 이름 ‘탓’에 자신의 삶이 타협적이고 주체성을 잃었던 것이라는 생각을 지우세요. 오히려 아버님의 기도가 소복한 이름 ‘덕’에 아름다운 삶을 성취했다고 생각하도록 하세요. 이름처럼 “내가 아니라 그들에게 유익한” 복음까지 선물하는 귀한 삶으로 도약하기 바랍니다. 솔직히 아기 이름을 부탁받으면 슬금, ‘도용’할 생각이 들 만큼 탐나는 이름이었음을 고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