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11호 2016.12.04 |
---|---|
글쓴이 | 장재봉 신부 |
제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불의도 죄라고 했습니다. 먼저 상대편에게 용서를 구한 후에 하느님께 사함을 청하는 것이 순서라고 봅니다. 성사로 모든 잘못이 없어집니까? 그리고 그런 사람도 안고 가야 합니까?
장재봉 신부 / 선교사목국장 gajbong@hanmail.net
설사 극악한 죄를 지었더라도‘성사’에는 그 죄에서 완전히 풀려나게 하는 치유의 은총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죄를 짓고 무조건 성사만 보면 된다는 생각은 위험천만! 절대 금물이지요. 또한 이웃과의 관계에서는 직접적인 관계 회복이 우선되어야합니다. 때문에 주님께서는 주님의 자비마저도 먼저 형제와‘화해’한 후에 청할 것을 요구하십니다.(마태 5, 24 참조) 그럼에도 용서란 내가 하느님으로부터 이미 용서받고 사랑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용서는‘내가 너를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하느님으로부터 이미 용서받은 너를 나도 같이 인정해 주는’ 마음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용서는 그분 사랑에 힘입어 내게 아픔을 준 죄인을 측은히 여기는 마음에서만 가능하니까요. 하느님 앞에서 나도 별 수 없는 죄인임을 깨닫는 것이야말로 용서의 첫 걸음이며 완성임을 명심해 주세요. 용서는 내가 상대의 죄를 잊어‘주고’ 면책해‘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도 하느님께 사랑받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단순한 마음가짐입니다. 아무리 오만불손한 인간도 끝까지 용서하시는 하느님 사랑의 신비에 응답하는 순수의 고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