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70호 2018.01.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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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권순호 신부 |
성경에 보면, 하느님께 청하면 다 들어 주신다고 했는데, 저는 하느님께 아무리 청해도 원하는 것은 하나도 들어 주시지 않고
, 원하지 않는 것만 잔뜩 주시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은 정말 저에게는 가혹하신 듯합니다. 그런 하느님을 따라야 할까요?
권순호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albkw93@hotmail.com
어느 교도소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어느 죄수가 교도소에서 가석방을 위해 모범수로서 열심히 살아가며 가석방 심
사에서 자신 자격이 된다고 강력 주장하지만 번번이 심사에서 떨어집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가석방에 대한 모든 기대를
포기합니다. 그리고 가석방 심사에서 이렇게 말합니다.“내는 가석방 자격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 나이도 늙었고, 밖에 나
가 봐야 뭐 하겠습니까? 교도소에서 반평생 살았는데 그냥 여기서 남은 여생을 지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이 얘기를 듣고
가석방 담당자는 가석방 적격 판정을 내립니다. 하느님은 어쩌면 항상 삐딱한 가석방 담당자 같습니다. 내가 얻으려고 안달하
면 할수록 안 주십니다. 모든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심지어 체념할 때 슬며시 주십니다. 도미
니크 바르텔르미라는 성서 신학자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모든 것은 하느님에게서 온다. 하느님은 먼저 모든 것을 빼앗긴
사람에게 모든 것을 주신다. 하느님은 완전히 버려진 상태, 완전히 포기된 상태, 철저하게 뿌리가 뽑힌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주신다. 하느님은 그런 사람을 부유하게 하신다.”하느님께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바로 주시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는 법을 배우기를 바라시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인생의 어떠한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모든 것을
하느님 손에 맡겼을 때, 하느님 외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게 될 때, 우리는 모든 것을 얻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