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22호 2018.12.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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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성민 신부 |
하느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상처도 받고 어려움도 겪다 보니 그만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시작할 때는 하느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는 제멋대로 그만두어도 되는지 걱정이 됩니다.
홍성민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parvus@hanmail.net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일을 새로 시작하고, 또 하던 일을 멈추기도 합니다. 신앙인들은 이런 선택 과정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하느님의 뜻이 정말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식별’이 필요합니다. 영성가들은 식별을 할 때 내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잘 살피라고 합니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크게는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영성적인 관점에서는 ‘영적 위로’와 ‘영적 실망’으로 나누며, ‘영적 위로’는 보통 우리가 말하는 긍정적인 감정들이고, ‘영적 실망’은 부정적인 감정들입니다. 내가 하느님 뜻 안에 있고, 그 뜻을 행할 때는 ‘영적 위로’를 맛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영적 실망’상태일 때는 하느님의 관계는 그만큼 멀어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실망’ 안에서는 어떤 것을 선택하거나 반대로 그만두어서는 안 됩니다. 성 이냐시오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실망에 빠졌을 때는 결코 변경해서는 안 되며, 그런 ‘실망’에 빠지기 전에 의도하였던 것들이나, 결정한 것, 또는 전에 ‘위로’ 안에 있을 때 결정한 것에 변함없이 항구하여야 한다.”(『영신수련』 318항) 하지만 이러한 식별은 실제로는 그리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반드시 초자연적인 질서와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고해 사제나 영적 지도자를 꼭 찾으시길 권해드립니다.
“이번 호를 끝으로 ‘길을 찾는 그대에게’ 연재를 마칩니다. 그 동안 집필해주신 장재봉 신부님, 홍경완 신부님, 권순호 신부님, 염철호 신부님, 홍성민 신부님, 임성근 신부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