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188호 2012.1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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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권순호 신부 |
본당 신부님이 강론에서 내가 바라는 기도는 하지 말고 하느님이 원하시는 기도를 하라고 하시던데 제가 바라는 기도를 하면 안 되는지요? 어떤 기도를 해야 하는지요?
권순호 신부(남산성당 부주임) albkw93@hotmail.com
흔히 기도를 하느님과의 대화라고 말합니다. 사람들 사이의 대화와 같이 하느님과의 대화인 기도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그중에 내가 바라는 것을 청하는 기도를 청원기도라고 합니다. 루카 복음 11, 5∼13절에 따르면, 예수님께서는 친구를 귀찮게 하며 계속 청하는 사람의 비유를 들며 청원기도를 끊임없이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나아가 예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너희 가운데 어느 아버지가 아들이 생선을 청하는데, 생선 대신에 뱀을 주겠느냐? 달걀을 청하는데 전갈을 주겠느냐? 너희가 악해도 자녀에게는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얼마나 더 잘 주시겠느냐?”
문제는 바로, 우리는 무엇이 나에게 필요하고 좋은지 분별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경우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는 것, 심지어 해로운 것을 하느님 아버지께 청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일방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만을 떼를 쓰며 청하기만 하고 들어 주지 않으면 등을 돌려 버리는 응석받이 아이 신앙에서 벋어나야 합니다.
교회는 여러 가지 공식 기도문이나 전례를 통해 하느님 아버지가 원하시는 것, 즉 우리에게 진정 필요하고 좋은 것을 바라는 기도 법을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그래서 교회가 정한 기도나 미사를 꾸준히 마음을 다해 하거나 참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하느님 아버지와 나와의 관계가 깊어져 오랜 세월 함께 한 금술 좋은 부부의 대화처럼 결국 기도도 눈빛만으로 서로의 마음을 아는 온전한 일치의 단계(관상기도)에 이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