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19호 2015.03.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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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성민 신부 |
예수님께서 마귀들이 당신을 알아보자 그들의 입을 막으셨다는 성경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저는 이 마귀와 예수님의 행동, 둘 다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마귀라면 마땅히 “이 사람은 하느님의 아들이 아니요!”라고 예수님의 존재를 부정해야 맞지 않나요? 그리고 틀린 말도 아닌데 예수님께서는 왜 그들의 입을 막으셨나요?
홍성민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parvus@hanmail.net
말씀하신 대로 이 장면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신학적으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설명해볼 수 있겠지만, 글자 수가 제한되어 있기에 이번에는 제 묵상에서 가장 크게 와 닿은 것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마귀들은 예수님께“당신은 하느님의 아들이십니다.”라고 고백합니다. (마르 5, 7; 마태 8, 29; 루카 8, 28) 그런데 그 뒤에 바로 이어오는 말이 있습니다.“그것이 저희와 무슨 상관입니까?”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압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알고도 악을 선택합니다.
어떤 것이 사랑이고, 어떤 것이 하느님의 뜻인지도 압니다. 하지만 또 다시“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인가?”라고 생각하며 하느님이 아닌 나의 뜻을 따라 삽니다.
예수님께서 마귀의 입을 막으신 것은 마귀의 말이 틀려서가 아니라, 그 옳은 말을 한 자신이 스스로 그 말과 자신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서 논리와 이치를 따지기보다, 나는 정말 사랑하려고 하는 사람인지,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과연 하느님의 뜻인지, 그것부터 살펴보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