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04호 2016.1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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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염철호 신부 |
욥기를 읽다 보면 이런 의문이 듭니다. 욥은 하느님의 계명을 잘 지키며 의롭게 살았는데 왜 그토록 많은 고통을 당하는 건가요?
염철호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jubo@catb.kr
고통과 죽음은 인간의 죄 때문이며, 죄로 인한 고통과 죽음은 자신뿐만 아니라 이웃, 더 나아가 자신이 모르는 이에게까지 전가된다는 것이 성경의 생각입니다.(로마 5, 12 참조) 죄가 없는 의인이더라도 타인의 탓으로 인해 고통을 당하는 것이 인간이 처한 현실입니다. 세상을 왜 이렇게 만드셨는지 하느님께 따져 물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경은 모든 것이 하느님 탓이 아니라 인간의 탓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당신 모상에 따라 창조하셨지만 인간은 피조물이기에 넘지 말아야 할 선(선악과)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스스로 선을 넘기에 고통과 죽음이 세상에 넘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종종 선을 넘지 않고 하느님의 뜻, 계명에 충실한 욥과 같은 의인을 소개합니다. 이런 의인들은 대개 타인의 죄로 인해 고통을 겪는 것도 부족해서 어떤 이는 예수님처럼 죽음에 이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내와 용서로 타인의 죄의 대가를 대신 치르는 의인들이 있기에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영원히 파멸하지 않으십니다. 욥기는 자신의 탓이 아닌데도 고통을 당하는 의인의 고통에 관해 의인의 관점에서 독특하게 설명해 냅니다. 모든 것은 신비에 가려져 있기에 왜 굳이 자신에게 고통이 주어지는지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오랜 갈구 속에 하느님을 만나게 되면 결국 자신에게 떨어지는 고통과 십자가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욥기의 가르침입니다.(욥기 42, 2∼6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