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228호 2013.08.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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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장재봉 신부 |
신부님께서 연도(제사)를 망자의 사망일에 맞춰 지내라 하십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제사는 사망 하루 전날에 지내지 않습니까?
장재봉 신부(활천성당 주임) gajbong@hanmail.net
연도와 제사 모두 돌아가신 날에 맞추는 것이 맞습니다. 한국 전통에 따른 시간 계산법은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을 자시(오후 11시부터 오전 1시)로 보았으며 이 시간에 혼령이 다닌다고 여겼습니다. 때문에 밤 11시경에 제사를 드리는 것이 혼백에 대한 도리로 삼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이 시간대의 제사가 용이치 않았던 관계로 9∼10시경으로 당겨 지내는 것이 일반화되었습니다. 이로 인하여 자연스럽게 제사는 고인이 돌아가신 하루 전날에 지내는 것으로 오해하게 된 것입니다. 무엇보다 교회는 혼령이 지상을 드나든다는 잘못된 생각과 혼령이 후손들의 ‘예’를 받는다는 설을 거부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앙인이라면 제사가 죽은 혼령에게 음식을 대접한다는 미신적 생각을 뽑아내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망자의 영혼이 지상과 천상을 떠돌아다니는 ‘떠돌이 영혼’이 아니라 천국이나 연옥, 지옥에서 하느님의 다스림 안에 있는 것을 믿습니다. 제사는 후손들이 함께 모여 조상의 은덕을 기리는 자리입니다. 더욱이 가톨릭 교회는 그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망자를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연미사의 은총이 주어져 있습니다. 연미사를 통한 빛의 선물이 죽은 이들에게 가장 귀한 보은의 제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