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226호 2013.07.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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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권순호 신부 |
개신교에서 개종하여 얼마 전에 천주교에서 세례를 받은 신자입니다. 천주교에선 성인들, 특히 성모님에게 기도도 부탁하고 죽은 이들을 위해 미사도 드리는데, 구원을 받기 위해서 예수님과 직접 통하면 되지 않나요? 왜 굳이 성인들이 필요한가요?
권순호 신부(남산성당 부주임) albkw93@hotmail.com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투쟁 속에 동지 모아,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동지의 손 맞잡고,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여차 넘어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여차 건너 주자, 해 떨어져 어두운 길을 서로 일으켜주고, 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마침내 하나 됨을 위하여’
필자가 신학생일 때 전체 신학생 모임을 하면 마지막 순서로 항상 서로 손을 잡고 부르던 노래가 바로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이라는 노래입니다. ‘함께 가자 이 길을’이라는 노래는 지상과 천상의 모든 하느님의 자녀가 서로 친교를 이룬다는 성인들의 통공 교리를 잘 나타냅니다. 성인들에게 기도도 부탁하고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내 자신만 구원받았다고 다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구원은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과 그리고 형제·자매들과의 일치를 이루는 것, 즉 흩어진 양 떼를 모아 하느님의 백성, 성령의 성전, 예수님의 지체를 이루는 것입니다. 천상의 성인들도 지상에서 여정을 계속하는 다른 형제·자매들을 도와주고, 현세의 우리도 천상에서 아직 구원을 받지 못한 영혼들을 도와야 합니다. 우리는 서로 끌어 주고, 사나운 파도라면 건너 주고, 해 떨어져 어두운 길을 서로 일으켜주고, 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어 주며, 천상과 지상의 모든 하느님의 자녀가 죽음의 강물을 넘어 사랑의 일치를 이루는 그 구원의 완성을 위해 나아가야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