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217호 2013.05.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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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경완 신부 |
바쁜 도시생활에 몸도 마음도 지쳐갑니다. 쉬고 싶은 마음도 큰데, 그러면 뒤처져질까 두려움이 생겨 그러지도 못하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홍경완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mederico@cup.ac.kr
쉴 줄 모르는 사람은 일할 줄도 모른다는 서양 격언이 여기에 어울릴 것 같습니다. 제대로 일하기 위해서라도 쉼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창세기 창조이야기에도 쉼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듯합니다. 하느님께서도 엿새 동안 일하시고 이렛날에는 쉬셨다는 성경 저자의 기록은, 쉼이 인간 삶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자신뿐 아니라, 딸린 일꾼들, 가축들, 심지어 땅마저도 함께, 모든 창조물이 쉼을 누리게 하려는 배려입니다. 제대로 쉴 줄 알아야 제대로 일할 줄 안다는 것은 삶의 진리이고 지혜입니다. 구약의 안식일이나, 주일과 의무 축일에 육체 노동을 금하는 교회의 파공(罷工)의무 역시 이런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쉬게 되면 일할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새롭게 보입니다. 쉬어야 내가 하는 일과 내 이웃들, 나 자신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하고, 하느님 성령의 손길이 새롭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꼭 날을 잡아 푹 쉴 필요는 없습니다. 집이나 일터 가까운 곳에 있는 성당에, 오가는 길이나 쉬는 시간에 단 몇 분 만이라도 조용히 하느님 앞에 머물 수 있다면 그것 또한 훌륭한 쉼이 될 수 있습니다. 성당이 당신에게 쉼터이고 샘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