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213호 2013.04.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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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경완 신부 |
신자로서 지켜야 하는 많은 규정과 규범들이 무거운 짐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다 보니 형식적으로 지키는 데에 머무르거나, 그냥 외면할 때가 많습니다.
홍경완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mederico@cup.ac.kr
신자로서의 규범이나 규정은 ‘마땅히 지켜야 할 것’으로 공동체 안에서 받아들여진 약속들을 의미합니다. 공동체 역시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이고, 규정이나 규범을 세워놓는 일은 사회를 유지하고 지탱하기 위한 필수과정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 ‘어겨서는 안 되는 것’에만 매달리게 되면 금방 굳어져 버리고 맙니다. 무조건 지켜야 하는 것이기에 지키는 데에만 온 정성을 쏟아버리게 되면 지켜야 한다는 것만 남고, 정작 왜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맙니다. 그렇기에 규정을 잘 지키기 위해서는 규정을 만들게 된 원래의 정신, 그 초심을 찾아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는 교회가 지키라고 가르치는 규정들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이 세워놓은 규정들도 그렇고, 내가 스스로 세워놓은 원칙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이런 규정들이 생겨났는지를 늘 새롭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규정이나 원칙들을 꼭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몰아가기 십상이고, 거기에 갇히게 되면 정작 그 첫 마음, 그 원래 의도를 다 놓쳐버리고 말기 때문입니다. 규정들 속에 숨어 있는 속살을 찾는 작업에 게으르지 않기 바랍니다. 그래야 내 삶이 굳어버리지 않고 말랑말랑하고 촉촉하게 유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