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181호 2012.09.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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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성민 신부 |
요즘 힘들어하는 저에게, 사람들은 기도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열심히 기도해도 제가 원하는 바가 이뤄진 경험은 없습니다. 기도하면 정말 들어주시나요?
홍성민 신부(임호성당 보좌) parvus@hanmail.net
제 어린 시절 사진 중에 손에 돌을 들고 누군가에게 던지려는 모습의 사진이 있습니다. 제가 새우깡을 사달라고 했는데, 안된다고 하시자 화가 나서 돌을 들고 아버지께 던진다며 협박하는 사진입니다. 어린 시절 철없던 모습이지만 부끄럽기도 합니다.
우리의 기도가 가끔은 이런 모습이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의 기도를 하느님께서는 꼭 들어주십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바라는 그 방식 그대로 들어주시지는 않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더 잘 아시기에 그것을 주십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꼭 기도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차피 하느님께서 알아서 해 주실 것인데, 굳이 기도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기도는 하느님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입니다. 어린아이는 부모에게 끊임없이 묻고, 끊임없이 조릅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자신이 부모를 졸라 얻고자 하는 그 물건이 아닙니다. 자신의 곁에서 들어주고, 사랑해주는 부모라는 존재입니다. 아이는 그 모든 과정을 통해 자신에게 부모가 있음을, 그리고 그 부모가 자신을 사랑해주고 있음을 느끼고 확인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기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기도를 통해 얻는 것은 지금 내가 청하는 것, 그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알아주시고, 바람을 들어주시며, 사랑으로 돌보아주시는 하느님이 내 곁에 계시다는 것, 바로 그것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