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183호 2012.10.14 |
---|---|
글쓴이 | 홍경완 신부 |
‘성당 다니는 사람이 어쩌면 그럴 수 있니?’라며 실망하는 말을 주변에서 자주 듣습니다. 그럴 때마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홍경완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mederico@cup.ac.kr
가슴 아픈 일입니다. 신자들이 모두 모범이 되고 좋은 표양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습니다. ‘신자가 더해’ 라며 비아냥대는 소리를 들을 때면 씁쓸해집니다. 그러나 그게 바로 믿는 이들의 공동체인 교회의 원래 모습이기도 합니다. 교회는 죄인들의 공동체입니다. 거룩한 미사를 봉헌하기에 앞서 ‘내 탓이오’라며 가슴을 쳐야 하는 죄인들의 공동체입니다. 처음부터 그랬습니다. 그 출발부터가 주님을 세 번씩이나 모른다고 부인한 죄인 베드로를 반석으로 하여 세워졌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편지 수신인인 소아시아 초대교회 또한 오늘날 우리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모두가 이상적인 공동체를 갈망하지만, 현실을 사는 인간들의 공동체에서 분열과 갈등은 피할 수 없습니다. 숙명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죄인들의 공동체인 교회는 동시에 하느님께서 그 구성원인 우리에게 씨를 뿌리시는 밭이며, 하느님의 건물이기도 합니다. 교회를 거룩하다 할 수 있는 까닭은, 그 구성원들이 거룩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성령께서 손수 이 죄인들의 공동체를 이끌어 가시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죄인들의 공동체’이면서, 동시에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거룩한 몸을 구성하는 성교회의 지체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