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38호 2015.07.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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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염철호 신부 |
가끔 성경의 역사가 6,000년이라는 소리를 듣는데,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예수님 이후 신약 2,000년, 그리고 앞서 구약 4,000년이라는 이야기인데 그러면 천지창조 이래 예수님 탄생까지 4,000년 밖에 안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염철호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jubo@catb.kr
요즘도 성경이 하느님 말씀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성경에 과학책과 같이 객관적인 정보가 담겨 있다고 믿으며 세상이 6,000년 전에 탄생했다고 믿는 이들이 있습니다. 저 역시 호기심에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나이를 더해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예수님으로부터 대략 4,000년 전에 천지가 창조되는 걸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땅 예리고만 보더라도 이미 만여 년 전에 사람이 살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점만 보더라도 말씀하신 것처럼 구약 성경의 역사가 4,000년이라는 것은 조금 당혹스럽습니다. 다시 한 번 구약 성경은 객관적이고 과학적 진실을 전달하고자 하는 책이 아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성경은 이스라엘 민족이 하느님과 걸어왔음을 증언하는 책으로 오랫동안 전해오던 이야기들을 신앙적으로 묶은 책입니다. 우리는 이 책 안에서 이스라엘 민족이 어떻게 하느님과 함께 걸어왔는지를 듣고, 그 하느님께서 바로 지금 나와 함께 걷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처럼 성경은 과거에 대한 진실을 파헤쳐 주는 책이 아니라, 참된 진리, 곧 하느님께서 지금 나와 함께 계심을 알려주는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성경을 읽으면서 과거 사건들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얻으려 해서도 안 되고, 성경의 증언이 과학적이 않다고 비난해서도 안 됩니다. 오히려 이스라엘 사람들의 증언을 읽으면서 과거의 하느님이 아니라 지금 우리와 함께 살아계신 하느님을 만나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