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15호 2012.08.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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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경완 신부 |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내 꿈과 아이들의 꿈을 섞어버려, 내 꿈이 곧 아이들의 꿈인 것처럼 착각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고민입니다.
홍경완 메데리코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mederico@cup.ac.kr)
우선 이런 고민을 하신다는 것 자체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고민한다는 건 과연 그러한지를 돌이켜 생각해 본다는 말이기도 하니까요. 흔히 우리는 사랑이라는 핑계로 인정하려 하지 않는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내 자식이라는 생각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이 세상에 내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심지어 내 생각과 내 몸 역시 깊이 파고들어 보면 전부 다른 어떤 것들을 통해서 얻어진 결과물에 불과하니까요. 부모로 말미암아 얼과 꼴이 생겨난다고 하지만, 그보다 더 먼저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손길 없이는 그 모든 것이 불가능합니다. 내 생각 역시 다른 사람들의 생각들을 받아들이고 새롭게 정리해서 내놓은 것일 따름입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내 자식은 없습니다. 단지 하느님께서 나에게 맡겨놓은 자식이 있을 따름입니다. 그런 점에서 부모는 하느님의 자식을 맡아 기르는 청지기요 집사입니다. 진지하게 다시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많은 경우 맡아 기르는 이의 꿈은 맡겨놓은 분의 꿈이나, 맡겨진 아이의 꿈과는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꿈을 마구 섞어버리는 일은 자신에게 맡겨진 직무에 대한 유기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