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225호 2013.07.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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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경완 신부 |
여름 휴가철에 주일을 지키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휴가에 일부러 성당을 찾아 나서는 일이 번거롭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거르는 것도 께름칙합니다. 해답이 어디에 있을까요?
홍경완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장) mederico@cup.ac.kr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일요일은 한 주간을 마무리하는 주말이 아니라, 한 주를 시작하는 주간 첫날이며, 단순히 해의 날을 넘어 주님의 날입니다. 일요일과 주일은 그 마음부터 많이 다릅니다. 전자가 단순히 주간을 표시하기 위한 날이라면, 후자는 한 주간의 첫날을 주님께 먼저 바치고 시작하는 주님의 날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단순한 단어들 속에 삶의 기본적인 자세가 알게 모르게 숨어 있다는 점입니다. 일요일은 그저 단순히 한 주간을 일곱으로 나누어 그중에 하루를 ‘해의 날’로 정해놓고 쉼을 허락하는 날에 불과하지만, 주일은 창세기의 창조질서에 따라 쉼을 마련한 안식일 그 다음 날이 됩니다. 구약의 안식일이 신약의 주일로 바뀝니다. 안식일은 하느님께서 쉬신 날로, 쉼이 무엇이며 왜 필요한지를 손수 보여주신 날입니다. 그리고 안식일 그 다음 날이 주님께서 부활하신 날이며, 이날을 주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주일은 휴식일이며 동시에, 주님의 부활을 기억하고 우리의 부활을 미리 경축하는 커다란 축일입니다. 이 주일이 그저 일주일에 한 번 돌아온다고 해서 가볍게 넘기시겠습니까? 결국은 본인의 선택이지만 이왕이면 부활을 살아가는 삶이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