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10호 2018.1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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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임성근 신부 |
자녀에게 신앙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임성근 신부 / 우동성당 부주임 pantaleon@naver.com
자녀의 신앙 교육을 막막해하시는 분을 종종 뵙습니다. 우리는 교육을 아웃소싱하는 데 길들여져있습니다. 영어는 영어학원에서 태권도는 태권도장에서 피아노는 피아노학원에서. 그런 풍토에서 신앙은 성당에서 맡아서 해야지 하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신앙 교육은 결코 아웃소싱이 될 수 없습니다. 왜냐면 신앙은 자기 신앙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유컨대 부모가 아닌 사람은 자녀에게 유전자를 물려줄 수 없다는 생각해봅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최초의 신앙선포자”(『가톨릭교회교리서』 2225항)입니다. 신앙 교육은 부모의 특권입니다. 자신의 신앙을 자녀에게 선물해주는 것만큼 부모로서 큰 보람은 없을 것입니다. 동시에 신앙 교육은 부모의 의무입니다. “부모는 자녀들에게 기도를 가르치고,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소명을 발견하도록 가르칠 사명을 띠고 있다.”(『가톨릭교회교리서』 2226항)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까요? 우선 신앙을 신비 교육으로 봐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신앙교육은 단순히 어떤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 방식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부모님은 종종 ‘나도 잘 모르는데 어떻게 가르칠 수 있나요?’ 하십니다. 지식 전달의 교육에서는 잘 아는 사람만이 가르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비 교육에서는 무지가 가장 훌륭한 스승입니다. ‘나도 잘 모르는 데 같이 찾아볼래?’ 하는 것입니다. 신앙은 신비입니다. 신앙 교육에서는 정답을 알고 가르치려는 태도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신앙 교육은 밭에 숨겨진 보물을 찾는 것과 비슷합니다. 우리 인생 안에 하느님께서 숨겨두신 은총을 자녀와 함께 찾아보는 기쁨을 누려보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