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251호 2013.12.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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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경완 신부 |
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근데 막상 시간이 주어져도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신자로서의 올바른 쉼이란 무엇일까요?
홍경완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장) mederico@cup.ac.kr
창세기 창조설화에 하느님도 일을 마치고 이렛날에 쉬셨다는 구절은, 거꾸로 인간에게 쉼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내용입니다. 단언컨대 쉴 줄 모르는 사람은 일할 줄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이 쉼의 양(量)이 아니라 질(質)입니다. 잘 쉬는 것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우선은 혼자만의 시간을 마련하십시오. 입을 쉬게 하기 위함입니다. 둘째는 주변의 모든 것과 거리를 두시기를 권합니다. 휴대전화도 끄고, 신문이나 TV도 멀리하셔야 합니다. 눈과 귀를 쉬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그럴 때 나를 조금이나마 제삼자의 입장에서 객관화시켜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눈이 열립니다. 셋째는 생활공간을 벗어나 다른 조용하고 한적한 곳으로 떠나십시오. 손을 쉬게 하기 위함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따로 한적한 곳으로 가서(마르 6, 31)’ 쉬셨습니다. 찾아보면 이런 쉼을 위한 쉼터가 멀지 않은 곳에 많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 쉼터에선 바쁠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루 반나절이라도 괜찮습니다. 그 시간과 공간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해야 할 일들로 가득 찬 나를 비우고 그 자리에 하느님을 채우는 신비로운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이게 진짜 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