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97호 2018.07.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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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임성근 신부 |
주님의 기도를 바치기 전에 “삼가 아뢰오니”라는 말이 무슨 뜻인가요?
임성근 신부 / 우동성당 부주임 pantaleon@naver.com
미사 중에 다함께 “아멘”이라고 응답하고 나면, 영성체 예식을 시작하면서 사제는 이런 초대말로 주님의 기도를 인도합니다. “하느님의 자녀되어 구세주의 분부대로 삼가 아뢰오니” “삼가 아뢰다”는 말의 어감이 사극같다 여길지 모릅니다.
헌데 그 전에 “삼가 아뢰다”는 말의 깊이를 음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표현은 그리스말 “파레시아”의 번역입니다. 이 단어는 신약성경에 40번 등장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성령에 힘입어 말하다’(1 코린 12, 3) ‘담대하게 진리를 말하다’(에페 6, 19)는 의미로 이 단어를 사용합니다.
파레시아는 유대교 회당에서 성령에 힘입어 말씀을 선포하는 모습, 그리스 문화에서 자유인이 법정이나 대중 앞에서 발언하는 모습, 순교자가 목숨을 걸고서 자신의 신앙을 떳떳이 밝히며 진리를 증언하는 모습, 영성가들이 하느님과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는 이렇게 밝힙니다. “우리에게 주님의 기도를 드리도록 이끄시는 전능하신 성령의 힘을 동방과 서방의 전례에서는, 그리스도교의 아름답고 전형적인 표현으로써 담대함(파레시아), 단순 소박함, 자녀다운 신뢰, 기쁨에 찬 자신감, 겸손한 대담성,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 등으로 표현하였다” (가톨릭교회교리서 2778항)
이제 “삼가 아뢰오니”라는 주님의 기도 초대말을 들으면 가슴이 벅차오르지 않으신가요?
하느님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