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96호 2018.07.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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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성민 신부 |
제가 ‘일 중독’인 듯합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 인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일에 과도하게 애착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원인을 안다고 해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딱히 일 말고는 관심 있는 일이 없고, 일을 유능하게 해낼 때의 성취감이 가장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건강에 여러 문제가 생기고, 인간관계에도 어려움이 많아 스트레스도 받습니다.
홍성민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parvus@hanmail.net
일 중독(workaholic)은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 심각한 질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 중독으로 인한 다양한 문제(건강, 인간관계 등)를 겪고 있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일에 빠지게 되는 원인을 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 가지고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중독을 애착의 문제라고 설명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애착은 쉽게 이야기하면 사랑을 의미합니다. 태어나 자라면서 우리는 부모와 가족, 주변의 사람들과 사랑받고 사랑하면서 자신의 소중함을 느끼며 성장합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랑을 충분하게 경험하지 못하면 그것에 대한 보상으로 어떤 물질이나 행위, 관계에 지나치게 몰입하고 애착을 느끼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것이 중독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문제의 해결은 사랑입니다.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그래서 건강하게 사랑할 수 없다면, 다시 사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신앙인은 영원하신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삶 속에서 체험하는 사람입니다. 사랑을 체험하는 유일한 방법은 작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을 끊임없이 실천하는 것입니다. 또, 일 자체를 줄이는 것 보다, 일하는 이유를 나의 유능함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라 이 일을 통해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을 찾고, 사랑하기 위한 마음으로 한다면 일의 의미와 일을 하는 이유가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