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94호 2018.06.24 |
---|---|
글쓴이 | 권순호 신부 |
예수님께서 우리에게ㅤ매일ㅤ십자가를ㅤ져야ㅤ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십자가의ㅤ고통을ㅤ받아들이는 것은ㅤ무슨ㅤ의미인가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고통을 피하려고 하는데, 예수님의 말씀을 따른다면, 고통 자체를 즐기라는 것인가요?
권순호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albkw93@hotmail.com
고통은 모든 사람들이 다 피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런 고통을 오히려 즐기는 심리적인 병을 메조키스트라고 합니다. 메조키스트는 고통 그 자체를 선택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말씀하신 십자가는 고통 그 자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위하여’의 삶을 말하는 것입니다. 어느 불의의 사고로 전신불수가 되어 10년간 침대에서 누워만 있는 30대 젊은이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젊은이는 평소와 달리 심각한 표정으로 저에게 하느님은 왜 고통을 자신에게 주셨는지를 물었습니다. 사고로 자신의 꿈도 청춘도 다 잃고 자신이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조그만 차창 밖의 작은 하늘 밖에 없는데, 이런 고통이 자신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의 고통은 인류를 위해 자신을 바치시는 예수님의 십자가의 고통에 동참하시는 것이라고, 그래서 예수님을 위해 고통을 감내 해 보시라고 말했습니다. 저의 말에 그 젊은이의 눈에 빛이 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의미치료법으로 유명한 유대계 심리학자 빅터프랭클은 인간은 ‘위하여’의 존재가 되었을 때 자신의 삶을 가치를 깨닫게 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삶 속에 고통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맞이할 수 있는 가장 처참한 고통이더라고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보다 높은 가치, 인류의 구원의 십자가에 동참할 수 있음을 예수님은 가르쳐 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