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78호 2018.03.04 |
---|---|
글쓴이 | 홍성민 신부 |
죄가 있는 상태에서 성체를 모시면, 모령성체라는 말을 듣고 불안해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성체를 모독한 죄는 고해성사로도 사함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보고 더 불안해졌습니다. 사실 미사 전에 고해성사를 볼 시간이 없어서, 그냥 성체를 영한 적도 많기 때문에 벌 받을까 봐 두렵습니다.
홍성민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parvus@hanmail.net
성체는 우리가 주님이라고 고백하고 모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 이 세상에 오신 분이십니다. 그리고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기 위해 십자가에서 당신을 제물로 바치셨고, 우리는 미사를 통해 십자가의 수난과 죽음을 재현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성체는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는 예수님의 사랑이지, 우리의 죄를 심판하는 잣대가 아닙니다. 그런데 정말 많은 분이 모령성체에 대해 질문하시면서, 성체를 모시는 데에 두려움을 갖고 계십니다. 물론 예수님의 몸을 우리가 함부로 모실 수는 없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자기 편한 대로 이해해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리고 어떠한 감사함도 없이 받아 모신다면, 그러한 신심은 분명 큰 잘못일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성체를 모시는 것이 또 하나의 죄가 될까 불안해서 성체를 모시는 데서 오는 은총과 감사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러한 신심 역시 큰 문제입니다.
성체는 우리와 함께 하시고자 하는 하느님의 사랑이고 의지입니다. 성체를 통해 그 사랑에 먼저 감사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