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68호 2017.12.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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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경완 신부 |
성경을 읽으며 하느님에 대해 상상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런 상상이 위험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상상하는 일이 신앙에 도움이 될까요?
홍경완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장 jubo@catb.kr
상상은 무엇인가를 머릿속에 떠올려 보는 일을 뜻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힘이 무한한 것처럼 생각해,‘무한한 상상력’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 표현은 정확히 말하면 상상력에 대한 미화에 불과합니다. 상상하는 일 역시 무엇인가, 내가 보고 들었던 일, 내가 겪었던 사건들을 가지고 상상할 수밖에 없고, 이런 상상의 재료들은 유한한 내 삶의 경험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합니다. 유한한 경험재료들로 하는 상상은 결코 무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상상력은 모든 것을 새롭게 보도록 이끄는 마력이 있습니다. 상상력은 창의력의 쌍둥이입니다. 그런데 이게 신앙 안에서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하느님과 하느님 나라를 그리는 일, 그분이 어떤 분인지, 하늘나라가 어떤지 맛보는 일은 신앙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정반대로 이런 상상이 하느님을 내 맘대로 만들어버리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하느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든 우상을 섬기는 꼴이 됩니다. 아무리 상상이라지만, 그것 역시 상상이기에 모든 것을 뛰어넘지는 못합니다. 결국 유한한 인간의 상상력일 따름입니다. 그와는 달리 우리 신앙은 그런 상상마저 훌쩍 뛰어넘은‘상상조차 불가능한 현실’입니다. 성탄 구유 앞에서 그 진리를 다시 확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