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54호 2017.1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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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염철호 신부 |
욥기를 읽다 보면 친구들이 하는 말이 얄밉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왜 욥의 친구들을 야단치실까요?
염철호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jubo@catb.kr
욥기는 시작부터 욥이 흠 없고 올곧으며 하느님을 경외하고 악을 멀리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합니다. 또한, 욥의 고통은 욥의 의로움을 시험하고자 하는 사탄 간계 때문임을 밝힙니다. 그런데도 욥의 친구들은 욥의 고통이 욥의 탓이라고 주장합니다. 인간이 죄가 없을 리 만무하며, 고통은 자신의 죄 때문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그들이 사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납니다. 차라리 욥의 억울한 마음을 들어주고 동참하며 아파하지 않고, 자신들의 신학적 관점을 바탕으로 욥의 불의함을 드러내고자 했던 것입니다. 결국 그들은 하느님께“욥처럼 올바른 것을 말하지 않았다.”며 야단맞습니다. 물론, 하느님은 욥도 야단치십니다. 피조물인 욥이 하느님의 신비를 알지도 못하면서 따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욥이 올바른 것을 말했다고 말씀하십니다.(욥기 42, 8) 왜냐하면 욥은 마지막까지 하느님에게서 길을 찾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욥은 하느님을 만나자마자 모든 것을 내려놓고 회개의 길을 걷습니다. 사실, 욥은 마지막에도 자신의 고통에 대한 해답은 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욥은 하느님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며 하느님께 모든 것을 내어 맡기는 본래의 의로운 모습을 회복합니다. 이런 욥에게 하느님은 모든 것을 되돌려 주십니다. 욥기는 이처럼 끝까지 하느님을 신뢰하고 그분에게서 길을 찾는 이를 두고 의인이라고 말합니다. 하느님은 그 의인을 결코 내버려 두지 않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