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43호 2017.07.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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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권순호 신부 |
성경을 읽어 보면, 예수님께서 천국을 아침에 와서 일한 사람이나, 점심에 와서 일한 사람이나, 저녁에 와서 일한 사람이나 다 똑같은 임금을 주시는 주인으로 묘사하던데요. 요즘에 정의롭지 못한 정치인들이 비판을 많이 받는데, 하느님 또한 이들과 무엇이 다릅니까?
권순호 신부 / 주례성당 주임 albkw93@hotmail.com
한 수사 신부님은 성덕으로 수도원 안에서 너무나 많은 존경을 받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천국에 가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항상 동생을 걱정했습니다. 동생은 정말 형편없는 삶을 살다, 말년에 요양병원에서 쓸쓸히 죽어가야 했습니다. 형은 동생이 그리스도 신앙을 받아들이기를 평생 기도했습니다. 결국 동생은 죽음을 맞기 직전에 병원에서 대세를 받고 눈물을 흘리며 손에 묵주를 쥐고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런데 천국에서 형님은 뜻밖에 동생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동생도 역시 하느님의 은혜로 자신과 마찬가지로 천국에 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자비로운 하느님께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예수님은 하늘나라의 비유로 아침 일찍 일한 일꾼과 오후 늦게 일한 일꾼과 저녁 늦게 일한 일꾼에게 똑같은 임금을 주는 포도밭 주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참 정의롭지 못한 주인이지요. 그런데 하느님의 나라는 이윤이 거래되는 직장이나 일터 보다는 어쩌면 가족이 더 어울릴 것입니다. 복음에서 주인에게 불림을 받은 일꾼들이 가족이거나 친구들이라면 오히려 모두에게 후하게 대하시는 주인이 고맙게 느껴질 것입니다. 정의는 사랑의 깊이에 따라 달라집니다. 하느님의 구원은 정의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사랑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종이나 일꾼이 아니라 친구와 형제를 부르러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우리도 또한 우리의 이웃을 같은 형제자매로서 사랑의 눈으로 보았을 때 하느님 나라가 우리 가운데 이미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