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42호 2017.07.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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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경완 신부 |
공동체란 말을 자주 듣습니다. 이제까지 아무 생각 없이 듣다가 문득 의문이 생겼습니다. 본당이 공동체라는 말, 억지 아닌가요?
홍경완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장 mederico@cup.ac.kr
교회 안에서 공동체란 말은 예수님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함께 했던 열두 사도들에게서 그 기원을 찾습니다. 여기에서 공동생활, 곧 공동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경제활동을 근간으로 모든 생활과 신앙, 이념을 함께하는 조직을 공동체라 부르게 됩니다. 운명공동체인 가정은 가장 대표적인 공동체이며, 같은 신앙 아래 공통의 사명감으로 살아가는 수도회 역시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라 할 수 있습니다. 교회는 사도 공동체를 모델로 삼으려‘공동체’란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본당을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라 하고, 주변에 사는 신자 이웃들 모임을 소공동체라 합니다. 공동체 개념을 빌려 쓰는 것이지요. 비록 현실은 진짜 공동체와 분명한 거리가 있지만, 초대교회가 보여 준 공동체의 모범을 살아보려는, 곧 가진 것을 함께 나누며 기쁨과 슬픔, 희망과 아픔에 함께하고자 하는 그리스도인의 의지를 담은 표현이 공동체이기 때문에 빌려서라도 쓰고 싶은 겁니다.
개개인의 자유와 의사가 강조되면서 그 반대로‘함께’하고자 하는 공동체 의식은 그만큼 옅어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공동체라 외치며 서로 나누고 함께하려는 꿈을 꾸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이 꿈이 단지 사람다운 세상을 만드는 토대가 될 뿐 아니라, 바로 하느님 나라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공동체, 참 아름다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