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161호 2012.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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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성민 신부 |
제 남편은 술을 거의 매일 먹습니다. 건강이 걱정되기도 해서 잔소리를 하지만, 오히려 화를 내어서 말을 하려다 그냥 넘어가는 날이 많습니다. 요즘 알코올 중독이라는 말이 자주 들리던데, 혹시 제 남편이 중독은 아닌가 싶어서 걱정되기도 합니다. 술을 매일 마시면 알코올 중독자인가요?
홍성민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 임호성당 보좌 신부
자매님뿐 아니라 많은 분이 가족의 음주 때문에 갈등을 겪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술을 매일 마신다면 현재 중독 상태일 가능성은 높지만, 음주량과 횟수만을 가지고 중독인지 아닌지 단정을 짓기는 어렵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술을 그런 식으로 마셔왔는지 그 기간도 중요하고, 또 왜 술을 먹는지에 대한 이유도 중요합니다.
어쩌면 지금 남편분이 중독인지 아닌지를 알아내는 것 보다, 술을 찾는 이유를 알아내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금단 현상이 있다면 그건 명백히 알코올 의존 상태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런 것이 아니라면 마땅히 할 일이 없어서, 혹은 좋아하고 즐길만한 다른 것을 찾지 못해서 술로 시간을 보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중독을 예방하고, 또 치유하는데 가장 좋은 것은 건강한 관계입니다. 가족 안에서, 또 친구와 이웃 안에서 서로 사랑을 나누고, 서로를 통해 각자의 삶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을 때, 술보다는 사람을, 그리고 나아가 그 사람들 안에서 살아계신 하느님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