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157호 2012.04.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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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성민 신부 |
남편이 계속해서 같은 잘못을 합니다. 신앙인이기에 남편의 잘못을 용서하려고 노력해왔지만, 항상 같은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남편을 보면서, ‘잘못한 이들을 용서하라는 말씀이 오히려 잘못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홍성민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 임호성당 보좌 신부
우리 교회는 우리의 죄를 용서하신 예수님을 우리의 주님으로 고백하며, 우리 역시 나에게 잘못한 이들을 용서하라고 가르칩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 내 용서가 오히려 그 사람이 변하지 못하게 방해한 것은 아닌가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흔히들 용서를 ‘무죄선고’라고 생각합니다. 죄가 없다고 생각해주거나, 잘못을 보고도 참고 눈감아 주는 것이 용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용서는 오히려 ‘유죄선고’입니다. 죄가 없다면 용서할 필요도 없겠죠. 용서는 죄인에게만 필요한 것입니다.
용서는 사랑의 표현입니다. 단지 그 사람의 죄를 묻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변화를 진심으로 바라고, 변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용서입니다. 아직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깨닫지 못한 경우라면, 무엇이 잘못인지 알게 해주는 것도 용서의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정말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이 사랑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옳은 판단이라 하더라도 사랑이 없다면 그 사람을 단죄하는 것밖에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실망하지 마시고, 다시 한 번 남편의 변화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