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36호 2017.05.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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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장재봉 신부 |
성전에 비치하는 것은 몰라도 성수를 가정에 두는 것은 왠지 기복적인 느낌이 듭니다.
장재봉 신부 / 선교사목국장 gajbong@hanmail.net
성수란 하느님의 축복을 청하며 종교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사제가 축성한 물입니다. 물은 크게 성서적으로 세 가지 의미가 있는데요. 생명수로서의 물(시편 104, 10)과 죽음과 단죄로서의 물(창세기 7장), 그리고 정화수로서의 물로 구분되지요. 물론 거주지나 사람의 축복을 위한 용도로도 쓰이고 구마를 위한 예식에서 사용합니다. 즉 영적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나 육체적 위험이 있을 때에 쓰이는 만큼 성수를 뿌리는 행위에는 정화와 축복의 이중적 효과가 있습니다. 축복을 하려는 사물에서 모든 악의 흔적을 제거하고 선업에 봉사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성전 입구에서 십자 성호를 그을 때 성수를 사용하여 악에서의 해방과 은총을 기원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성수를 이마에 찍거나 뿌리는 이유는 신자들에게 세례의 기억을 떠올려서 지속적인 정화와 회개의 필요성을 상기시키는 것입니다.‘재생의 세례’를 통해서‘인간의 본성이 새롭게 되었음’을 인식하게 하여 이미 받은‘은총의 생명을 주는 세례를 새롭게’ 해 주기를 청하는 깊은 뜻이 있습니다. 성수를 마시면 아픈 곳이 낫는다는 등의 이유라면 기복적이지만 정화와 축복이라는 성수의 의미를 잘 살려서 사용한다면 신앙생활에 유익한 도구입니다. 주님의 은총은 장소에 구애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복적이라는 생각을 털어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