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156호 2012.04.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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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권순호 신부 |
하느님은 전능하시고 안 계신 곳이 없는데 하느님이 계시지 않는 지옥이 어떻게 존재합니까?
권순호 알베르또 신부 / 남산성당 부주임(albkw93@hotmail.com)
하느님은 어느 곳에나 다 계십니다. 다윗은 하느님이 안 계신 곳이 없다는 것을 시편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합니다. “주님, 당신께서는 저를 살펴보시어 아십니다…… 당신 얼을 피해 어디로 가겠습니까? 당신 얼굴 피해 어디로 달아나겠습니까? 제가 하늘로 올라가도 거기에 당신 계시고 저승에 잠자리를 펴도 거기에 또한 계십니다. 제가 새벽 놀의 날개를 달아 바다 맨 끝에 자리 잡는다 해도 거기에서도 당신 손이 저를 이끄시고 당신 오른손이 저를 붙잡으십니다.”(시편 139, 1∼10) 심지어 지옥에도 하느님은 계십니다. 지옥이 존재하는 이유는 하느님이 안 계시기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의 계심을 깨닫지 못하고, 하느님을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지옥은 하느님이 만드셨다기보다는 자유의지를 지닌 인간이 스스로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국과 지옥은 어떤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하느님에 대한 우리의 믿음의 상태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 십자가는 바로 지옥 같은 상황도 천국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십니다. 예수님은 하느님 아버지에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지옥 같은 죽음의 십자가도 부활의 꽃이 만발한 구원의 십자나무로 변화시켰습니다. 다윗은 다음과 같이 노래합니다. “나 비록 음산한 죽음의 골짜기를 지날지라도 내 곁에 주님 계시오니 무서울 것 없어라.” (시편 2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