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28호 2017.04.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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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권순호 신부 |
호흡을 이용하는 불교의 참선(參禪) 기도 방법을 사용하여 기도를 합니다. 교회가 가르치는 기도 방법보다 분심을 다스리고 평온한 마음을 얻는 데 더 적합한 듯합니다. 다른 종교의 기도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나쁜 것인가요?
권순호 신부 / 주례성당 주임 albkw93@hotmail.com
그리스도교의 전통 안에도 마음의 기도, 향심기도,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는 기도 등 불교의 선(禪)과 비슷한 관상 기도 방법들이 있습니다. 생각의 분심을 다루는 데에 특히 간단한 성구를 반복적으로 되뇌이거나, 호흡 등의 몸을 이용하여 기도하는 것은 대부분의 종교 안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단지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을 기도의 최종 목적으로 여기고 기도의 성패를 분심 없이 평온함을 유지했느냐에 따라 평가하려 합니다. 소위 뉴에이지 영성가는 심지어 약물을 통해 평온한 마음을 얻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기도의 목적은 단지 평온한 마음이 아니라 사랑의 마음임을 가르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주 산에 오르시어 기도하십니다. 겟세마니 산에서 피땀을 흘리시며 기도하시는 장면이 특히 눈길을 끕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뜻을 내려놓고 십자가를 통해 사랑의 희생을 실천하라는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며 번뇌 속에 기도하십니다. 이것은 흔히 모든 정념을 벗어난 평온한 상태의 기도와는 거리가 멉니다. 사랑을 위해서 번뇌와 분심마저도 받아들이고 견디어 내는 것이 바로 기도의 최고 단계임을 예수님은 가르치시는 것입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불교는 일본 군인들이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적을 가차 없이 죽일 수 있는 평온한 마음을 선(禪) 기도 방법을 통해 얻도록 가르쳤다고 합니다. 사랑과 관계없이 그저 평온함 그 자체가 목적이 된 기도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