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18호 2017.01.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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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권순호 신부 |
우리는 종교를 선택할 때도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하기를 바라며, 자신의 자식이 잘 되기를, 부모님이 건강하기를,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순수하게 예수님의 삶을 따르기 위해서 이웃에 봉사하고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 종교를 가지는 경우는 드문 것 같습니다. 자신의 성공과 소망을 위해서 종교를 가지는 것이 과연 잘못된 것일까요?
권순호 신부 / 주례성당 주임 albkw93@hotmail.com
주인공이 성공한 삶으로 끝나는 드라마를 우리는 해피엔딩(happy ending) 즉 희극이라고 하고, 주인공이 실패한 삶으로 끝나는 드라마를 우리는 새드엔딩(sad ending) 즉 비극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성공의 삶, 해피엔딩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어느 한 신학자는 하느님의 구원역사도 드라마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면 예수님의 삶은 해피엔딩과 새드엔딩 중 어떤 드라마일까요? 예수님은 죽음을 넘어선 부활을 이루었으니 해피엔딩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드라마에서는 실패에서 성공으로의 극적인 막판 뒤집기, 반전이 숨어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삶도 반전 드라마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하느님 나라에서는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세상에서의 삶은 수만권의 백과사전의 고작 첫 장에 불과하다고 어느 영성 작가는 말합니다. 수만권의 장편 소설의 처음 한 장만 읽고, 주인공의 삶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가릴 수는 없습니다. 특히 극적인 반전이 숨어 있는 드라마라면 더욱 그렇지요. 믿음은 자신의 인생을 넓은 시선에서, 즉 하느님의 원대한 구원의 드라마 안에서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성공과 실패의 기준이 달라집니다. 실패는 성공이 되고, 성공은 실패가 되며,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