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3008호 2016.08.21 18면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사랑하는 이들을 훈육하는 하느님

연중 제21주일 (루카 13,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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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백성은 바빌론 유배생활을 거치며 많은 것을 깨닫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유배가 하느님께서 백성들에게 내리시는 단순한 벌이 아니라 백성을 가르치는 채찍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이스라엘이 우상숭배를 함으로써 당신과의 약속을 깨트리자 하느님께서 유배로 그들을 벌하시는데, 이는 그들을 멸망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다시금 당신의 백성으로 되돌리시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오늘 2독서에서 봉독한 히브리서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주님께서는 사랑하시는 이를 훈육하시고, 아들로 인정하시는 모든 이를 채찍질하신다.”(히브 12,6).

이스라엘 백성이 유배를 통해 깨달은 또 다른 사실 한 가지는 유배를 통해 하느님 백성의 범주가 넓혀졌다는 사실입니다. 이스라엘은 유배를 통해 세상 곳곳에 퍼져 살게 되는데, 이는 하느님이 세상 곳곳에 전해지는 계기가 됩니다. 이스라엘은 유배를 통해 하느님께서 당신 이름을 온 세상에 알림으로써 세상 모든 이들을 당신께로 불러 모으고자 하셨음을 깨닫습니다.

이는 오늘 1독서로 봉독한 제3 이사야서가 잘 알려 주고 있습니다. “나는 그들 가운데에 표징을 세우고, 그들 가운데 살아남은 자들을… 뭇 민족들에게 보내고, 나에 대하여 아무것도 듣지 못하고 내 영광을 본 적도 없는 먼 섬들에 보내리니, 그들은 민족들에게 나의 영광을 알리리라”(이사 66,19).

오늘 루카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유다인들의 자리를 온 세상 사람들이 대신 차지하게 되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을 이사야 예언서와 연관 지어보면 유다인들이 예수님을 거절한 것은 이사야의 예언, 곧 유다인들의 실패와 좌절을 통해 모든 민족이 하느님의 영광을 찬양하게 될 것이라는 말씀이 이루어지기 위함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보니 실패와 좌절을 상징하는 유배 사건이 이스라엘 민족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사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벌로 인해 유배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유배를 통해 하느님의 계획을 더욱 깊이 있게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히브리어로 “유배를 끌고 가다”(힉걸라)는 말을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감추어져 있는 것이) 드러나게 만들다”입니다. 유배라는 단어가 계시와 같은 어근을 공유한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삶 안에서 스스로의 잘못이나 타인의 잘못, 세상의 악 등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유배생활에 빠지곤 합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은 우리가 빠져 있는 다양한 유배 사건들이 단순한 하느님의 벌이 아니라, 나를 타이르고 훈육하기 위한 하느님의 사랑스러운 손길이기도 하다는 점을 일깨워 줍니다.

물론, 하느님의 사랑스러운 손길을 느껴보자고 억지로 유배상황에 빠지자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누구의 탓으로 빠진 유배이든, 하느님께서 유배를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시는지 묵상한다면 하느님의 계획에 대해 평소에 알지 못하던 것들을 더 깊이 배우고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는 것입니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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