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3014호 2016.10.09 18면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하느님께 얼마나 충실한가

연중 제28주일(루카 17,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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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 전체를 흐르는 중요한 주제는 “믿음”, 곧 “성실함”입니다. 지난주 복음 생각에서 “믿음”과 “성실함”이 히브리어로는 같은 단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신약이든 구약이든 모두 믿음, 곧 성실함으로 구원에 이른다는 것은 동일한 생각입니다.

그런데 오늘 독서와 복음에서 믿음을 지닌 이들은 유다인이 아니라 이방인들입니다. 먼저 1독서에서는 당시 이스라엘과 적대관계에 있던 시리아 사람 나아만이 하느님의 사람 엘리사를 찾아옵니다. 자존심이 강했던 나아만은 처음에는 엘리사의 말을 듣지 않지만, 수행원들의 말을 듣고 엘리사가 시킨 대로 하자 나병이 낫습니다. 이에 나아만은 엘리사에게 큰 선물을 주면서 오직 하느님만을 섬기겠다고 다짐합니다. 하지만 엘리사는 선물을 받지 않고 나아만을 고향으로 돌려보냅니다.

오늘 1독서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 이야기에 이어 엘리사의 종 게하지 이야기가 나옵니다. 게하지는 나아만이 가지고 돌아가던 선물에 탐을 내고 쫓아가서는 거짓으로 그 선물을 챙겨 돌아옵니다. 게하지가 자신의 말을 거역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엘리사는 나아만의 병이 게하지와 그 후손에게 돌아가도록 만듭니다. 이방인은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충실히 지키는데, 유다인 게하지가 자기 마음대로 하느님의 계획을 거스르다 나병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 이야기의 초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나병 환자 열 사람을 치유해 주십니다. 그런데 그들 가운데 유다인이 아홉 명이나 되었는데, 그들은 치유를 얻은 뒤 즉시 자기 갈 길을 가버립니다. 하지만 열 가운데 유다인들의 원수였던 사마리아 사람 하나만 큰 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며 돌아와 예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예수님은 하느님께 충실한 그를 보면서 사마리아 사람인 그가 진정 구원을 얻었다고 선언하십니다.

구원은 출신성분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충실한가, 믿음이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교회를 다니고 있고, 많은 이들이 하느님의 은총을 입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 충실한 사람, 믿음을 지닌 사람, 하느님의 은총에 진정으로 감사하는 이들만이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라는 것이 오늘 독서와 복음의 말씀입니다.
사실, 세상에서 큰 어려움 없이 살아갈 때는 이런 가르침이 별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진리를 위해 살아가는데도 불구하고 고통당하거나, 핍박받고, 감옥에 갇히거나 박해받으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많은 이들은 고통, 핍박, 박해 상황이 되면 하느님을 비난하며 떠날 것입니다.

이런 모습을 지닌 우리에게 사도 바오로는 오늘 2독서에서 분명하게 말합니다. “우리가 그분과 함께 죽었으면 그분과 함께 살 것이고, 우리가 견디어 내면 그분과 함께 다스릴 것이며, 우리가 그분을 모른다고 하면 그분도 우리를 모른다고 하실 것입니다.”(2티모 2,11-12)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충실함, 믿음을 요구하시는 것처럼 우리에게 충실한 분이시기 때문에 결코 우리를 버리지 않으시는 분이시면서도 동시에 당신 약속에 충실하신 분이시기에 당신을 버리는 이들을 기꺼워하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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