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부산일보 
게재 일자 2017.12.08. 29면 

[불안의 시대, 희망을 긷다] ① 천주교 부산교구장 황철수 바오로 주교

"인간 중심 벗어나 '믿음의 삶' 실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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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 부산교구장 황철수 바오로 주교가 인간 중심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믿음의 가치관을 회복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12월은 한 해를 마무리하며 송년의 아쉬움을 달래고 새해의 희망을 얘기하는 달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는 여러모로 혼란스럽다. 정치적·사회적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란과 불안, 좌절의 시대를 맞고 있다. 마음의 평화와 희망의 두레박을 길어 올리는 일이 절실하다. 종교 지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종교의 본질과 신앙의 정수, 삶의 핵심을 꿰뚫는 이 시대의 메시지를 들어보는 지면을 총 4회에 걸쳐 마련한다.
 

인간이 절대 기준이 되면 
물질 중심주의 폐단 낳아 

 

삶을 충실하게 하기 위해선 
세상을 보는 관점이 중요 

 

타인을 생각하고 배려해야 
희망의 새해 열어갈 수 있어 

 

'적폐 청산'은 정상화 과정 
종교인 과세에 적극 참여

 

천주교 부산교구는 2018년을 '믿음의 해'로 정했다. 이와 함께 2019년을 '희망의 해', 2020년을 '사랑의 해'로 확정했다. 천주교 부산교구장 황철수 바오로 주교는 2018년 사목 지침을 '믿음'으로 정한 것에 대해 "세상을 보는 관점이 중요하다"며 "그리스도 신자는 믿음의 관점에서 삶을 더 충실하게 살아 나가야 한다"고 얘기를 시작했다.
 

이 시대는 인간 중심의 관점이 너무 강해 인간에게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놓치고 있고, 그것 때문에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 중심의 관점은 휴머니즘적인 측면에서 인간을 배려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을 절대화함으로써 인간 자신이 신이 되고 절대 기준이 돼 물질 중심주의의 폐단을 발생시키는 부정적 측면이 매우 강하다고 황 주교는 진단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믿음의 지향점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내적으로는 물질 만능주의의 한계를 극복해 하느님에 대한 믿음으로 우리의 영혼을 정화시키면서 살아야 하고, 외적으로는 보이는 하느님 즉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것이 믿음의 삶을 실천하는 것이다."
 

황 주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아 믿음이 신실한 삶을 집중적으로 살아가자는 의미에서 2018년을 '믿음의 해'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삶이란 어떤 삶인가? 황 주교는 "십자가의 삶, 곧 희생과 사랑의 길"이라고 못 박았다. 요즘 세태는 사랑을 이기심과 혼동하는 경향이 있는데, 변질되지 않는 진정한 사랑은 십자가로 표시되는 자기희생의 길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대의 경향에 대해서 황 주교는 "외모와 재물과 학벌 등 외적 평가가 판을 치면서 내면의 가치를 상실해 가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신앙인들이 믿음의 가치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것에만 매몰되지 말고 하느님 사랑의 세계에 희망을 두고 살아가야 하며, 그런 삶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삶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 주교는 "요즘은 신앙인들도 물질주의에 경도돼 믿음의 가치관이 현재의 삶에 효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신앙의 사막화'라고 표현했다. "신앙의 사막에서부터 믿음의 풀밭으로 나와, 사랑의 삶과 구원의 희망이 넘쳐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서도 황 주교는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했다. 새 정부의 '적폐 청산'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혼란스럽다고 말하지만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성숙한 사회, 민주사회로 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황 주교는 평가했다. 또 신앙인들은 개인의 손익만 따지지 말고 전체 사회의 이익과 공동선(共同善) 차원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주교는 종교인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히 납세 의무를 져야 한다는 대원칙 아래 내년부터 시행될 종교인 과세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또 낙태죄 폐지 운동이 전개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이 논의는 신중한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과연 양자를 동등하게 볼 수 있느냐 하는 어려운 문제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신앙은 개인적 차원에서 사회적 차원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예수님 사랑의 확장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실천하려는 신앙인으로서 이웃과 공동체를 생각하고, 정의와 공정의 문제에 대해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 황 주교의 생각이다. 기초가 튼튼해야 지진을 버텨낼 수 있는 것처럼, 인생의 지진과 사회의 지진을 견뎌내려면 타인과 사회를 함께 성찰하는 성숙한 내적 가치의 주춧돌을 놓아야 한다는 친절한 설명이 뒤따랐다.
 

"타인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성숙한 인식과 태도가 있어야 참된 의미의 크리스마스를 맞을 수 있고, 희망의 새해를 열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황 주교의 지적은 혼란과 불안과 좌절의 이 시대에 뼈아픈 각성의 메시지로 마음에 와닿는다.
 

백태현 선임기자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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