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3007호 2016.08.14 18면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성모님 승천은 ‘희망’의 표지

성모승천대축일(루카 1,3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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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와 그 여자 사이에, 네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 적개심을 일으키리니,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창세 3,15). 이 말씀은 1독서에서 봉독한 요한 묵시록 12장과 연결됩니다. 묵시 12장에는 열두 개 별로 된 관을 쓴 여인이 등장합니다. 이 여인은 아기를 배고 있었는데 하늘에 크고 붉은 용이 나타나 아이를 삼켜 버리기 위해 여인이 해산하기만을 기다립니다. 그런데 하느님이 그들을 구해 주시고 용은 천사들에게 패퇴합니다. 묵시록에 따르면 이 아이는 예수 그리스도이고, 그를 삼키려고 하던 용은 옛날 창세기의 뱀, 사탄입니다(묵시 12,9). 그러면 여기 등장하는 이 여인은 누구겠습니까?

여인이 쓰고 있는 열두 개의 별로 된 관은 여인이 하느님 백성인 교회를 상징하고 있음을 말해 줍니다. 결국 묵시록 12장의 장면은 하느님께서 악한 세력 안에 살아가는 교회를 보살피고 계신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인의 이미지 안에서 성모님의 모습도 함께 발견합니다. 여기서 교회의 이미지와 성모님의 이미지가 묘하게 겹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복음서들과 사도행전은 성모님을 교회의 전형, 그리스도인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묘사합니다.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님에게 예수님을 잉태하리라는 소식을 전해 주었을 때, 십자가 밑에서 당신의 아들이 죽는 그 순간에 성모님은 언제나 아버지의 뜻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참 그리스도인이셨습니다. 또한 주님께서 승천하신 뒤에는 제자들과 함께 머물면서 그리스도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살아가셨습니다.

물론 예수님께서는 성모님을 두고 누가 내 어머니며 형제냐고 되물으셨습니다(마태 12,46-50). 그러면서 예수님은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 바로 당신의 어머니요 형제요 자매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이 말씀은 성모님이 예수님의 어머니가 아니라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을 끝까지 지켜 나가시는 성모님이야말로 진정 예수님의 어머니라는 말씀이었음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돌아가시는 순간 성모님을 사랑하시는 제자에게 어머니로 내어드려 모시게끔 합니다. 곧, 성모님을 교회의 어머니로 내어주십니다(요한 19,25-27).

오늘 우리 교회는 이러한 성모님이 세상 삶을 다 마치고 나서 영혼과 육신이 함께 하느님께로 들어 올림을 받으셨음을 기뻐합니다. 교황 바오로 6세는 성모승천 사건이야말로 우리가 앞으로 누리게 될 종말을 미리 보여주는 사건이었다고 설명합니다. 성모승천 이야기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마지막 날에 누리게 될 구원의 영광을 앞서 보여주는 위로와 희망의 표지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니 성모님과 관련된 모든 교리는 그리스도인, 곧 교회의 삶과 미래와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성모승천 축일도 단순히 성모님이 승천하셨음을 교리적으로 설명하는 날이 아니라, 우리도 성모님처럼 승천하리라는 종말론적 희망을 다지는 날이라는 말입니다.

이러한 성모승천대축일을 지내면서 성모님의 모범을 따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걸으신 길을 충실히 걸어가도록 합시다. 그럴 때 그리스도인의 삶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성모승천 교리를 더욱 깊이 있게 깨닫게 될 것입니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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