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국제신문 
게재 일자 2015.12.26. 11면 

연말의 어느 오후, 순교 성지를 거닐며 차분한 '나홀로 송년회'

8인의 가톨릭 순교자 잠든 부산 부곡동 오륜대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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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천주교 오륜대 순교자성지 내 순교자 묘지. 백한기 선임기자

 

"이곳은 '로사리오길'이예요. 로사리오는 장미꽃다발, 장미화관을 뜻하는 라틴어이죠. 가톨릭 신도들이 지니는 묵주를 뜻하는 말이기도 해요."

겨울나무가 차분하게 서 있고 나무 사이로 바람이 분다. 새가 지저귄다. 로사리오길은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이다. 안내를 맡아준 오륜대 순교자 성지 전수홍 주임 신부는 로사리오길에 선 십자가 상징물이 담은 뜻을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 성탄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오후였다.

'마리아께서 예수님을 잉태하심'에서 시작하는 로사리오길 십자가 상징물은 몇 걸음 뗄 때마다 순례자를 맞이한다. "이 조형물은 '마리아께서 예수님을 낳으심'을 표현합니다. 이 장면은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심'이군요. 여기는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심'이로군요. 이 마지막 장면은 '예수님께서 마리아께 천상 모후의 관을 씌우심'입니다."

로사리오길에서 나올 때쯤, 마음이 한결 차분해진다. 어제 부산 연산동 번화가와 광안리를 밤늦게까지 돌며 송년회를 하느라 느낀 들뜬 기분과 왠지 쫓기는 듯한 느낌 속의 떠들썩한 즐거움이 '피시식' 소리를 내며 꺼지는 불꽃 같다. 문득 그 자리에 차분한 송년과 소담스러운 새해 다짐이 깃들기 바라는 마음이 들어선다.

부산 금정구 부곡동 오륜대 순교자 성지는 한국에 있는 111개 순교성지에 들어간다. 도시철도 1호선 장전역·구서역에서 멀지 않고 부산가톨릭대 캠퍼스 곁에 있으니 도심에 있는 셈인데, 동시에 자연 경관을 잘 보존한 회동수원지 권역에 속해 시골처럼 공기가 좋고 숲이 좋고 조용하다. 나들이하듯 가볍게 나서서 한 해를 돌아보고 자기와 대화하는 데 무척 좋은 명소였다.

"수많은 가톨릭 신도가 희생된 1866년 병인박해 여파로 1868년 무진년 부산 동래에서도 순교자가 나옵니다. 그때 끝까지 신앙을 지킨 이정식 요한과 양재현 마르티노 등 순교자 여덟 분의 무덤이 이곳에 있지요. 그리고 김대건 신부의 유해를 비롯해 성인의 유해를 모시고 있지요. 여기에 순교자박물관이 이곳에 있어요. 그래서 이곳은 가톨릭에서 성지입니다."

오륜대 순교자 성지 숲 속에는 예수의 생애를 담은 십자가의 길, 프랑스 루르드에서 한 소녀에게 발현한 마리아 성모의 상을 재현해놓은 성모동굴도 있다. 전 신부의 뒤를 따라 성모동굴로 갔다.

"10여 년째 새벽마다 이곳에 오셔서 기도를 올리는 신도가 10여 분 계십니다. 그래서 이렇게 작은 야외 제단도 있지요." 그렇게 정성스레 기도하는 마음이 모이면 세상은 한결 좋아질 것 같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성모상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손을 모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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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천주교 오륜대 순교자성지 성모동굴.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오륜대 순교자 성지는 6만4800㎡(1만9600평)에 이릅니다. 이곳 성당은 낡고 좁아 이곳 자연환경에 잘 어울리도록 새로 지을 필요가 있어요. 피정센터를 신축하고 숲을 더 잘 가꿔 둘레길도 정비하면 신도뿐 아니라 시민도 평안을 느끼는 공간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전 신부는 "그렇게 하려고 현재 종합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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