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국제신문 
게재 일자 2016.09.02 11면 

[윤기성 신부의 사목 이야기] 눈 맞추고 공감하는 것의 위대함

<8> 낮아짐으로 생기는 권위

성당이 아닌 방송국에서 일하며 매일 아침 하는 일 중 하나는 편성팀, 기술팀, 경영팀에서 제출한 일지들과 각종 전표를 결재하고 사장님께 결재를 받는 일이다. 처음엔 매우 생소했지만, 거의 2년이 지난 지금은 익숙하다. 결재를 받은 후 사장님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방송국이나 교회, 그리고 사회 이슈들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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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넘게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우들을 위해 봉사한 마거릿(맨 왼쪽) 수녀와 마리안느(오른쪽에서 두 번째) 수녀. 국제신문DB


얼마 전 함께 나눈 내용은 현대 사회에서 참된 권위는 스스로 단을 쌓아 높은 곳에 앉아 있기보다는 물리적 혹은 심리적인 단에서 내려와 구성원들과 눈을 맞추고 그들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 공감함으로 생긴다는 점이었다.

그 이야기의 시작은 하안거를 마친 스님들께 한 오현 스님의 법문이었다. 스님께서는 "불교는 깨달음을 추구하는 종교가 아니라 깨달음을 실천하는 종교"라고 말씀하셨다. 스님께서는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과 소록도에서 일생 나환우들과 함께 지내다 짐이 되기 싫다며 오스트리아로 돌아간 수녀 두 분을 본보기로 드셨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차에서 내려와 세월호 사건으로 자녀를 잃은 아버지를 위로하던 교황의 모습을 기억한다. 또한, 전쟁 이후 폐허가 된 우리나라에서 가족과 이웃으로부터 버림받았던 나환우들이 모여 살던 소록도를 찾아가 그들의 상처를 싸매주었던 마리안느와 마가렛 수녀를 존경한다. 이처럼 스스로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주위 사람이 그들의 권위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오현 스님께서는 하안거 정진을 통해 스님들께서 얻은 자비를 세상 속에서 그대로 '살아감'으로 불교의 참된 힘을 회복하기를 바라신 것이다.

4일 바티칸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마리안느 수녀 그리고 마가렛 수녀와 같이 철저히 자신을 낮추어 섬기며 살았던 마더 데레사를 성인으로 선포하는 시성식이 열린다. 동유럽에서 태어나 어머니에게 기도 생활과 사랑 실천을 배웠던 아녜스(마더 데레사의 어릴 때 이름)는 인도로 건너가 가난한 이들의 친구가 되었다. 마더 데레사는 자신을 주님 손에 쥐어진 '몽당연필'이라 표현했다. 자신을 낮추어 우리 인간을 사랑하셨던 예수님의 손에 쥐어졌기에 자신도 그런 사랑이란 글을 삶으로 쓴 것이다. 마더 데레사는 자신을 낮추어 인도의 빈민가로 들어가 거리에서 죽어가는 이들을 돌보았는데, 많은 사람들은 마더 데레사에게서 참된 권위를 느꼈던 것이다.

PBC 부산평화방송은 4일 부산교구장 황철수 주교와 젊은이들의 토크콘서트를 연다. 황철수 주교는 단상에서 내려와 젊은이들과 눈을 맞추고 그들의 고민을 들으며 함께 공감하고 그들에게 복음적 가치와 희망을 전할 것이다. 황철수 주교의 소탈한 성품이 젊은이들과 청취자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낮아짐으로 생기는 권위'를 우리 사회 구성원들도 '살아가면' 어떨까? 정치인들도 선거철 길거리에 서서 인사를 꾸벅꾸벅할 것이 아니라 평소에 낮아지는 연습을 하면 좋겠다. 조금 더 희망한다면 고용노동부 장관도 법정 최저임금을 정하기 전에 6470원으로 살아보면 좋겠다. 경영자들도 노동자들의 인원을 감축하기 전에 내려와 노동자들과 그들의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다.

우리 사회 안에 '낮아짐으로 생기는 권위'를 바라는 것은 너무 현실을 모르는 이상일까?

PBC 부산평화방송 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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