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2999호 2016.06.19 4면 

[사회교리 아카데미] 영적 소비주의

개인주의 유혹에 허덕이는 신앙인들

신앙을 ‘웰빙’ 수단으로 여겨
 그리스도인은 세상 속 ‘소금’
욕망에 빠지지 않도록 돌봐야

교회의 장상들뿐만 아니라 교회에 신뢰를 두는 많은 이들의 고민이 깊어만 간다. 어떤 면에서 교회의 위기이기도 하다. 표면적으로 보자면, 신자 증가 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물론 1980년대 후반 갑작스러운 신자 증가도 독특한 현상이었지만, 오늘날의 신자 증가 비율의 하락도 해석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신자 증가 비율이 하락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실제로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들의 숫자 역시 눈에 띄게 늘지 않는다. 10년 전의 주일미사 참례자 수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그러다 보니 이른바 ‘성장’의 시대에 맞추어진 교회의 조직이나 기관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도 걱정이다. 예를 들면, 본당 신부들 사이에서는 서너 개로 늘여놓은 레지오 마리애의 ‘꾸리아’를 당장 어떻게 채울지 고민이라고 한다. 성소자의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큰 수녀원이나 신학교의 고민도 비슷비슷한 듯하다. 활력 넘치던 청년이었던 한국교회가 빠른 속도로 유럽의 노년 교회로 변하는 중이다.

그러나 좀 더 내부자의 눈으로 들여다보면, 더 큰 문제들을 발견하게 된다.

주일 미사에는 열심히 참여하는 듯하지만 실제로 교회의 계명과 실천을 적극적으로 따르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부활과 성탄 전의 고해성사에 참여하는 신자들의 수도 줄어들었고, 환자와 가난한 이를 방문하거나 극기와 절제의 생활을 레지오 활동으로 보고하는 이 역시 줄어들었다. 어렵고 힘든 일이야 누구나 피하려고 하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신앙과 사랑의 힘으로 어렵고 힘든 일을 자신의 것으로 삼는 신자들을 찾기 어려워졌다.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어려운 일들을 묵묵히 하고 계시는 적지 않은 의인들 덕에 아직 교회가 생생하게 살아 있음도 알고 있다.

또한 많은 이들이 기도하는 모임에 참여하고 있고, 영성을 추구하고 있지만 개인주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런 신앙인들의 태도를 ‘영성 소비주의’(「복음의 기쁨」 89항)라고 비판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이들에게서 벗어나 자기 사생활의 안락함 속으로 또는 가까운 친구들의 좁은 울타리 속으로 달아나며 복음의 현실적인 사회적 측면을 포기하고자 합니다 … 그런데 복음은 과감히 다른 이들의 얼굴을 마주 보고 만나라고, 곧 그들의 육체적 현존과 만나라고 끊임없이 초대합니다. 이는 그들의 고통과 호소를 또 잘 번져 나가는 그들의 기쁨을 직접 대면하여 만나는 것입니다.”(「복음의 기쁨」 88항) 복음의 요청과 초대에 응하기 보다는 자기 사생활의 안락함이나 가까운 사람들과의 울타리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기도와 영성을 방편으로 삼는 것이 바로 ‘영성 소비주의’인 것이다. 특히나 신앙과 영성 생활을 자신의 ‘웰빙’을 위한 것으로 삼는 사람도 있다. 이런 태도는 결국 “하는 일마다 잘되리라”는 ‘번영의 신학’(「복음의 기쁨」 90항)으로 귀결될 뿐이다. 이런 현상들은 얼핏 보기에는 교회의 활력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교회를 내부에서부터 부패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다른 어떤 것보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위험이다.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세상 속의 소금이다. 소금은 부패를 막는다. 그리스도인은 소금으로서 자기 자신의 욕망과 환상이 부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욕망과 환상이 정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복음의 기쁨’과 복음이 주는 위안은 이 세상의 성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를 향해 서있는 이들이 가지는 기쁨이요 위안이다. 교회의 역사 안에서 적지 않았던 ‘개혁’과 ‘쇄신’의 방향은 분명했다. 복음의 요청과 초대에 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상의 소금이 되는 길이었다.

이동화 신부(부산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
1998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2010년 교황청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부산가톨릭대 신학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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