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3026호 2017.01.01 18면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온전한 하느님의 어머니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루카 2,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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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에게서 잉태되어 나셨다”는 말을 듣다 보면 예수님이 신성은 하느님에게서, 인성은 성모님에게서 각각 분리해서 받은 반신반인의 존재로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가 온전한 하느님이며, 동시에 온전한 인간임을 믿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성모님에게서 태어나셨기 때문에 죄를 제외하고는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지만, 성령으로 잉태되신 하느님의 아들, 곧 하느님에게서 나신 하느님이라는 말입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고 있는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도 이러한 그리스도교 신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만약, 성모님을 인간 예수의 어머니라고만 부른다면, 예수님은 인성과 신성이 서로 나누어지는 반신반인의 존재가 되기 때문에 교회는 성모님을 온전한 예수의 어머니, 더 나아가서 하느님의 어머니라 부릅니다. 성모님이 하느님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분이 낳으신 예수님께서 인성과 신성이 분리되지 않는 온전한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를 하느님에게서 나신 하느님이라고 고백하면 될 것을 굳이 성모님에게까지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호칭을 붙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성모님을 하느님의 어머니라고 부를 때 어떤 의미, 어떤 느낌이 떠오르는지 묵상해 봅니다.

먼저, 성모님을 하느님의 어머니라고 부를 때, 진흙으로 빚어진 비천한 인간이 하느님을 나을 수 있었음에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성모님은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면서도 하느님께 철저히 순명하심으로써 하느님을 낳으신 분입니다. 이러한 성모님의 모습은 우리에게 희망으로 다가옵니다. 비천한 몸을 지닌 우리도 하느님의 뜻에 철저히 순명하면 성모님처럼 귀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지만 성모님처럼 하느님 뜻에 순종한다면 우리도 하느님의 일을 하고, 하느님을 선포하며, 하느님을 보여주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 모두가 성모님처럼 하느님의 어머니라고 불릴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예수 그리스도는 한 분이시고, 오직 성모님만이 그분을 낳으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호칭은 우리 희망을 표현하는 호칭을 넘어서 성모님께만 유보되어 있는 칭호입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말씀이 당신에게서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받아들이셨던 성모님 덕분에 성자께서 이 땅에 태어나셨고, 우리 모두 그분을 보게 되었음에 감사드리며 성모님을 칭송하며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칭호를 사용합니다.

이런 성모님이 계시기에 우리는 언제나 기도 안에서 성모님께 우리를 위하여 기도해주십사 전구를 청합니다. 성모님의 전구가 얼마나 힘이 있는지 잘 알고 있기에 하느님의 어머니를 우리들의 어머니로 모시고 있음에 기뻐하며 오늘 축일을 지냅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을 기억하는 오늘 교회는 특별히 세계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니다. 왜냐하면 성모님의 자녀들인 우리가 오늘도 여전히 종족, 종교, 이념 등의 대립으로 서로 싸우고 다투며, 죽고 죽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교회는 세상 모든 이가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진정한 평화와 화해를 이루기를 기도하며 하느님의 어머니이시자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전구를 청합니다. 그러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든 분열과 다툼이 사라지기를 기도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최선을 다해 노력합니다. 이런 우리의 기도와 노력이 성모님의 전구와 합쳐질 때 하느님께서는 세상에 참된 평화가 가득한 하늘 나라를 가져다주실 것입니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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