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3018호 2016.11.06 18면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죽음 그리고 부활

연중 제32주일 (루카 20,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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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는 모든 사람이 살아 있는 것이다.”(루카 20,38)

루카 복음에 담겨 있는 매우 독특한 이 가르침은 죽음을 완전히 달리 이해하게 만들어줍니다. 지상에서 죽는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앞에서는 여전히 살아있는 존재라는 믿음, 곧 영원한 생명에 대한 믿음은 우리로 하여금 죽음을 완전히 다르게 받아들이도록 만들어 줍니다.

사실 구약성경에는 부활에 관한 생각이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구약성경 가운데 마지막 시기에 적힌 책들, 특히 오늘 1독서에서 봉독한 마카베오서가 저술되던 시기에 가서야 이스라엘 민족은 부활에 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2마카 7,14) 이 말은 기원전 2세기에 가서 사람들이 부활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는 것이 아니라, 이 시기에 와서야 비로소 사람들이 부활에 관해 깊이 있게 깨닫기 시작했다는 말입니다.

당시 부활을 받아들인 이들은 대개 바리사이파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두가이들은 죽은 이들의 부활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오직 오경만을 경전으로 인정했는데 오경에는 부활이 언급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리사이와 사두가이들은 부활에 관해 자주 논쟁을 벌이곤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두가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오경 구절을 하나 가져와서 설명하십니다. 모세가 하느님을 두고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라고 부르는데, 하느님이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하느님 앞에서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은 살아있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예수님의 논리에 따르면 지상에서는 죽음을 맞았지만 하느님 앞에서 살아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부활입니다. 이렇게 보면 부활의 다른 말은 영원한 생명입니다.

물론 부활은 예수님 재림 때 가서야 완전히 이루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무수한 성인들이 이미 하느님 어좌에서 찬미의 노래를 부르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미 부활, 영원한 생명을 누리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부활이 가능하도록 문을 열어 주신 분이 바로 우리가 믿는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께서 저승의 문을 열어젖히셔서 죽은 이들 가운데 처음으로 부활하셨고, 이로 인해 당신을 믿는 모든 이들이 하느님 앞에서 살아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성인들은 이미 그 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사실, 현대인의 관점에서 부활을 증명할 수도 없고,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부활을 믿는 이들은 그리스도의 말씀을 받아들이며 하느님께 충실하게 살아갑니다. 마카베오 하권에 나오는 일곱 형제들처럼 박해 안에서도 부활을 믿는 이들은 기꺼이 죽음에로 나아갑니다. 왜냐하면 하느님 앞에서는 결코 죽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위령성월을 지내면서 다시 한 번 부활을 믿으며 하느님께 충실히 살아가기로 다짐합시다. 그리고 우리보다 앞서 부활 신앙을 살아가던 신앙인들이 모두 하느님 앞에서 살아있는 이들, 성인들 반열에 들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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