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3011호 2016.09.11 17면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날마다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경축 이동(루카 9,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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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풍성지 중앙 치명터에 세워진 대형 십자가.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한다는 이유만으로 죽음을 당한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순교를 억울한 죽음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신앙을 증거하는 기회로 기쁘게 받아들이신 순교자들의 모범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여겨집니다.

실제, 우리 신앙 선조들이 즐겨 부르던 천주가사를 보면 견진성사를 받는 것 자체를 순교의 영예를 준비하는 것으로 생각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천주가사에는 종종 삼구, 곧 세상, 육신, 마귀의 유혹을 이겨내어서 순교의 화관을 써야 한다고 권고하는 노래도 담겨 있습니다. 이를 보면 신앙 선조들은 순교를 신앙을 증거하는 과정, 그래서 하느님께 나아가기 위해 거쳐야 할 하나의 과정으로 여겼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김대건 신부님께서 마지막으로 교우들을 위해 쓰셨던 편지에도 잘 담겨 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순교하시기 전 감옥에서 신자들을 염려하는 마음에 한글로 된 편지를 남기셨는데, 거기서 신자들에게 삼구를 잘 이겨내고 화관을 써서 마지막 날 주님 앞에서 만나자고 권고하십니다.

자신을 때리고 죽이는 박해자를 적으로 여기지 않고, 자신이 순교하지 못하도록 이끄는 삼구를 적으로 여기는 마음. 예수님께서 마지막 십자가 상 죽음 앞에서 당신을 살해하던 이들을 용서하며 가지셨던 그 마음입니다. 어떻게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나의 믿음을 되돌아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성경은 한결같이 이야기합니다. 하느님께 의탁하는 의인들은 언제나 세상의 반대를 받으며 십자가를 지고 순교의 삶으로 나아간다고 말입니다. 그런 삶이 세상 관점에서 볼 때 어리석어 보이지만, 억울하게 죽음으로써 파멸을 당하는 듯 보이지만 진정 그들이야말로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말입니다.

특히, 오늘 1독서에서 봉독한 지혜서는 김대건 신부님이나 한국의 초기 신앙인들이 자주 부르던 천주가사와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시련으로 우리들의 신앙을 시험하시고, 우리들을 단련하심으로써 당신께 맞갖은 이들임을 드러나게 하신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보면 순교의 삶은 모든 신앙인들이 피해 갈 수 없는 삶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 방식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가운데 그 누구도 자신에게 주어지는 십자가, 순교의 삶을 피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결국 신앙을 증거하는 순교의 삶을 받아들이든지, 거부하든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언제나 이와 같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우리에게 오늘 복음은 분명히 이야기합니다. 진정으로 살고자 한다면 십자가의 길, 순교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순교의 삶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 앞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우리에게 오늘 2독서의 사도 바오로는 분명히 이야기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편이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오늘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을 지내면서 다시 한 번 하느님께 우리의 신앙을 굳건히 지켜나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십사고 청해 봅니다.


※ 추석 연휴로 이번 호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은 연중 제24주일(9월 11일) 복음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경축 이동(9월 18일) 복음 내용을 함께 싣습니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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