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3022호 2016.12.04 18면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회개의 삶

대림 제2주일 (마태 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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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독서에 담겨있는 이사야 예언서를 읽다 보면 하느님 나라, 올 한 해 읽게 될 마태오 복음사가의 표현에 따르면 하늘 나라에 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하느님이라는 표현을 함부로 쓰지 않기 위해 하느님 대신 하늘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하느님 나라나 하늘 나라나 같은 의미입니다.

이사야에 따르면 하늘 나라는 메시아가 통치하는 나라로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에 따라 정의롭게 다스려지는 나라, 곧 주님의 뜻에 따라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나라입니다. 이 나라는 늑대, 표범, 새끼 사자가 새끼 양, 새끼 염소, 송아지와 함께 지내는 평화의 나라이며,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 젖먹이가 독사 굴 위에서 장난을 쳐도 아무런 해를 입지 않는 화해의 나라입니다.

이 이미지 속에서 흥미로운 점 한 가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하늘 나라라고 해서 늑대가 양이 되고, 표범이 염소가 되며, 사자가 송아지가 되지는 않습니다. 모두 자신의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서로 다른 존재를 해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하느님 안에서 평화롭게 살아갈 뿐입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이런 나라가 곧 도래하리라고 예언합니다. 그리고 하늘 나라가 도래하면 서로 다투며 살던 모든 민족이 예루살렘으로 모여들어와 거기서 전해지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고 살아갈 것이라고 말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이사야의 예언이 이루어지게 되었다고 선포합니다. 모든 것이 하느님 뜻에 따라 통치되는 시대, 곧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선포합니다. 사실, 요한은 주님의 날이 오기 전에 파견된 엘리야 예언자로(말라 3,23), 하늘 나라를 준비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세례자 요한은 하늘 나라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즉시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바로 하늘 나라이시기 때문입니다. 이 시각은 마태오 복음에서 대단히 중요합니다. 마태오 복음사가가 하늘 나라라고 표현할 때에는 단순히 하느님, 메시아가 임금이 되어 이 땅 위에 세울 어떤 왕국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이 온 세상에 미친다는 하나의 상태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통해서 하느님의 뜻이 온전히 이루어지기 때문에 마태오 복음 사가는 예수님을 하늘 나라와 동일시합니다. 특히 마태오 복음사가는 예수님의 십자가 상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하느님의 계획이 온전히 이루어졌기 때문에 십자가 위에서 하늘 나라가 온전히 드러났다고 생각하며, 예수님의 재림을 통해 하늘 나라가 완성될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 모두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하늘 나라에 속하게 된 이들입니다. 곧, 하느님이 세상을 통치하신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분의 뜻에 따라 살아가는 이들입니다. 우리 삶 주변에서 벌어지는 온갖 악들, 곧 하늘 나라에 대적하는 이들과 하늘 나라를 거부하는 세력들과 싸우며, 그로 인한 박해를 기꺼이 받으며 살아가는 이들입니다. 그리고 이를 우리의 십자가라 여기며 살아가는 이들입니다.

대림 시기를 맞아 자신의 자리에서 하늘 나라를 위해, 하느님의 뜻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기 위해 각자가 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 되돌아봅시다. 내 주변에서 하느님의 뜻에 반하여 이루어지는 일들이 있다면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 생각해 봅시다.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이 이야기하는 회개란 우리 삶을 하느님 뜻에 맞추어 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이 세상을 하느님께서 다스리는 세상으로 만들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 모두가 이런 회개의 삶을 구체적으로 살아갈 때 하늘 나라는 우리 가운데서 온전히 드러날 것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은총을 청하며 예수님의 재림으로 하늘 나라가 완성될 그날까지 끊임없는 회개의 삶을 살아갑시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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