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국제신문 
게재 일자 2016.10.14 13면 

윤기성 신부의 사목 이야기 <9> 참평화가 흐르는 채널인 우리

냉혹한 사업가의 숨은 선행, 그가 누렸을 마음의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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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성 신부의 사목 이야기'를 통해 국제신문 애독자들을 만난 지 9개월이 되었다. 그동안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비롯해 천주교회의 다양한 이슈와 정신 가운데 보편 독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함께 이야기해보기도 하고, 천주교 신부이지만 방송국에 일하며 경험했던 것들을 나누기도 하였다. 
 

 지난달에는 9월 4일 바티칸에서 성인으로 선포된 마더 데레사 수녀에 대해 살펴보았다. 몽당연필과 같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초라하지만, 그 초라함 안에 큰 사랑을 담고 살았기에 마더 데레사는 거룩한 삶을 산 것이다. 종교 언어로 표현하면 예수님을 담고 살았기에 자신 안에 새겨진 하느님의 아름다움이 빛난 것이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과 저도 그런 평범함을 통해 거룩함으로 나아가도록 초대받은 이들이다.

오늘은 요즘 SNS를 뜨겁게 달군 한 인물 '척 피니(사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가난한 아일랜드계 가톨릭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나 사업으로 성공한 그는 냉혹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의 회계 장부가 공개되면서 자신을 철저히 숨기며 수많은 기부를 해온 인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에게 드러나지 않게 선행을 하도록 큰 영향을 끼친 분은 그의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차가 없어 병원에 가기 어려운 이웃을 돌보면서도 그 일을 절대 드러내지 않았다. 척 피니는 죽어서 기부하는 것보다 살아서 기부하는 것이 훨씬 즐겁다고 말해왔다. 정말 불명예스러운 것은 부유한 채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많은 것을 가지고 있기에 더욱 그것에 매여 살아가는 사람들과는 달리, 더 높은 이상을 위해 그것을 사용해온 '척 피니'의 삶 안에는 그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평화가 흐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평화를 세상 사람과 함께 나누고 있는 것이다.

저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기도라고 알려진 기도문 가운데 '저를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 라는 구절을 좋아한다. 그런데 '도구'보다는 영어 번역 'Make me a channel of your peace'에 쓰인 '채널'이란 낱말을 더 좋아한다. 왜냐하면 '도구'는 어떤 목적 달성을 위한 단순한 수단이란 느낌을 주지만, '채널'은 자신도 그 평화를 충분히 누리고 그 평화를 자신이라는 수도관을 통해 다른 이에게도 전하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우리 사회 안에서 천주교 신자들을 비롯하여 종교인 가운데 이 채널의 역할을 하는 이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하느님께서 주신 축복, 사랑, 평화를 자신 안에만 가두어두어 자신 안에서 썩히지 않고 주위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되고,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게 하며, 세상의 참 평화를 이루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의 어느 분야에서든지 지도자의 역할을 하는 이들이 이런 채널의 역할을 충실히 했으면 좋겠다.

자신의 회사와 자신의 회사를 위해 협력했던 회사의 직원들이 임금을 받지 못해 고통스러워하고 해고의 위험에 싸여 있는데,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것을 내어놓지 않는 지도자가 정말 불명예스러운 것은 아닐까? 

PBC 부산평화방송 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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