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3001호 2016.07.03 18면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환난에 넘어가느냐, 이겨내느냐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경축 이동(마태 10,17-22)

진리를 위해 사는 이들의 삶은 언제나 녹록지 않습니다. 성경은 종종 의인들의 고통에 관해 노래하는데 김대건 신부님을 기념하는 오늘 봉독하는 독서와 복음 말씀도 한결같이 참된 진리이신 하느님을 찾는 의인들의 고통을 이야기합니다.

오늘 1독서에서 즈카르야는 임금과 유다 대신들의 잘못을 지적하다가 돌에 맞아 죽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섬기는 이가 고통스러운 죽음을 당하고, 진리를 거스르는 이들이 현세의 권세를 그대로 누리고 있는 모습은 오늘날도 여전히 발견되는 현실입니다. 1독서는 이런 불의한 현실에 대해 이렇게 선언합니다. “주님께서 보고 갚으실 것이다.”(2역대 24,22)

화답송으로 읽은 시편 31장은 고통스러운 죽음을 눈앞에 둔 의인들의 생각을 잘 보여줍니다. 의인들은 주님만이 참된 목숨을 지켜주시는 바위요 성채이심을 믿기에 주님을 위해, 진리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어놓습니다. 그리고 고통 앞에서도 기뻐하고 즐거워합니다. 왜냐하면 주님께서 반드시 자신들을 악인들의 손아귀에서 구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는 주님만이 삶의 피신처입니다.

의인들은 죽음을 앞에 두고서도 믿음을 버리지 않습니다. 의인들은 자신이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음을 자랑으로 여깁니다. 2독서에서 봉독한 로마 5,1-5에서 사도 바오로가 이야기하는 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의인들의 믿음은 희망을 낳고, 희망은 의인들로 하여금 환난을 이겨내도록 만들어 줍니다.

물론 희망이 있다고 해서 눈앞의 환난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겪게 될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너희를 의회에 넘기고 회당에서 채찍질할 것이다.”(마태 10,17) “형제가 형제를 넘겨 죽게 하고 아버지가 자식을 그렇게 하며, 자식들도 부모를 거슬러 일어나 죽게 할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세상 안에서 행복하고 편안한 삶을 살고자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매우 충격적인 말씀입니다. 희망을 지니고 산다하더라도 환난은 너무나 큰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말씀에 따르면 진리를 추구하는 이들은 반드시 환난을 마주할 것입니다. 그들 앞에 놓여 있는 마지막 갈림길은 환난에 넘어가느냐, 아니면 이겨내느냐입니다.

굳건한 믿음을 가진 이들은 환난을 이겨낼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영, 곧 성령께서 이끌어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행해야 할지 성령께서 모두 알려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하십니다. 그리고 환난을 끝까지 견뎌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 그들에게 하느님 나라, 곧 구원이 주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기억하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신앙을 굳건히 지키며 환난을 이겨내신 분이십니다. 순교의 화관을 쓰신 분이십니다. 신부님의 모범 앞에서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과연 나는 진리를 위해 살아가고 있습니까? 우리 앞에 닥친 환난은 무엇입니까? 나는 그 환난을 앞에 두고 어떤 태도를 취합니까?

순교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목숨을 내어놓는 것입니다. 그래서 순교를 생각하면 두렵습니다. 환난이 없었으면 하고 희망합니다. 하지만 믿는 이들 앞에는 환난과 어려움, 고통과 역경이 주어지게 마련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을 묵상하면서 이런 환난과 어려움이 닥칠 때 믿음을 굳건히 지킬 수 있는 힘을 주십사, 희망으로 어려움들을 잘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십사 하느님께 청합시다.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신앙 진리를 지키며 살아가도록 합시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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