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3015호 2016.10.16 18면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우리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신다

연중 제29주일 (루카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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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 끊임없이 청하라고 권고하십니다. 이를 위해 과부와 재판관 비유를 들려주시는데, 재판관은 비록 불의한 사람이었지만, 과부가 끊임없이 청하자 그녀와 그녀의 적대자 사이에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올바른 판결을 내리다”로 번역한 그리스어 ‘엑디케오’는 “복수하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과부는 자기 이득을 좀 더 챙겨달라고 청한 것도 아니고, 불의한 것을 청한 것도 아닙니다. 오직 억울하게 당한 자신을 대신해 모든 것을 올바로 잡아달라고 청한 것입니다. 재판관은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불의한 사람이었지만 귀찮아서 과부의 간청을 들어 줍니다. 이 비유를 통해 예수님은 재판관도 귀찮아서 과부의 청을 들어주는데, 하느님께서 당신이 선택하신 이들의 간청을 과연 내버려두시겠는가라고 말씀하십니다. 곧, 하느님께는 선택된 이들이 성실한 마음으로 당신을 섬기며(본기도) 의롭게 살다가 겪는 억울한 고통을 결코 외면하지 않으신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민족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광야에 들어선 뒤 닥친 어려움 앞에서 좌절하고 실망하고 맙니다. 그들은 하느님께 정의를 세워달라고 청하기보다, 과거의 삶을 그리워하며 이집트로 되돌아가려 합니다. 그리고 하느님께 그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1독서에서 볼 수 있듯이 하느님께서는 다시금 당신의 위대하심을 드러내십니다. 당신은 백성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외면하는 하느님이 아니심을 드러내십니다. 비록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걷고 있지만 당신이 보호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자신의 길을 계속 걸으라고 초대하십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느님께 계속 반항을 하다가 광야에서 40년을 헤매게 됩니다.

우리도 삶이 어렵거나 힘들 때마다 하느님께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간청하기보다 그런 어려움을 없애 주십사 청합니다. 또한 다른 이들과 비교하면서 나에게 더 많은 것을 주십사 간청하며, 그런 청을 들어주지 않는 하느님을 외면하곤 합니다. 그러면서 어떤 이들은 사주팔자나 운세를 보기도 하고, 심한 경우는 무당을 찾기도 합니다.

이런 우리에게 오늘 복음은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하느님께 기도할 것을 권고합니다. 왜냐하면 오늘 화답송이 이야기하듯이 우리 구원은 오직 주님 이름에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만이 우리가 걸어가야 할 모든 삶의 인도자이시고, 모든 것을 바로 세워주시는 “하늘과 땅을 만드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오늘 2독서의 사도 바오로는 특별히 성경에서 도움을 받으라고 권고합니다. 성경은 하느님의 영감으로 쓰인 것으로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통해 우리 모두가 진정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되리라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성경은 삶에서 필요할 때마다 우리를 가르치고 꾸짖으며, 바로잡고, 의롭게 살도록 교육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 환호송은 “하느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마음의 생각과 속셈을 가려낸다”라고 노래합니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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